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의 통합추진위원회는 지난 10일 통합은행에서 중책을 맡게되는 고위 간부를 발표했는데 전무 직급인 EVP(Executive Vice President)으로 8명이나 배정한 것은 통합 이후 예측되는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통합추진위가 발표한 명단을 살펴보면 나라은행 출신은 바니 리, 필 굴러맨, 마크 리, 현명희, 김규성 전무가 등용됐고 중앙은행 쪽에서는 리사 배, 제이슨 김, 구숙경 전무가 각각 포함됐다. 당초 예상대로 양측 은행의 핵심 간부들을 분야별로 골고루 나뉘어 포진시켜 경영진에 참여토록 배려한 것이다. 이처럼 최고위직 간부를 대거 등용하는 것은 통합은행의 업무를 보다 전문화하고 세분화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간부 마다 담당 분야를 구체화 해 업무 집중력을 높여서 행장을 보좌하는 경영 참모역할을 극대화 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앨버트 강 행장이 이미 밝힌 바 있는 레저널뱅크로 발돋움하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타운금융권 일각에서는 핵심 간부들의 이탈을 사전에 막으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일고 있는 동요를 방지하고 상대적인 소외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인은행가에는 연이은 행장 교체와 이동으로 인해 간부급 직원들의 스카웃설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은행에 전무직 8명은 너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나라-중앙 통합은행의 출범하면 자산규모 50억달러 정도로 예상되는데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은행들 중 전무 직급이 8명이상인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산 50억달러 정도인 웨스트아메리카뱅크는 전무 5명을 두고 있고, 자산 66억달러의 캐피탈소스뱅크는 6명, 통합은행의 두배가 넘는 108억달러 규모의 중국계 캐세이뱅크도 6명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8명의 전무를 기용한 것은 은행 규모나 조직을 감안할 때 무리수를 둔 인사라는 지적이다. 이탈을 막기 위해, 그리고 양 은행간에 일고 있는 상대적 소외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억지로 자리를 만들어 냈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향후 성장을 염두에 둔 인사라고 하더라도 성장 속도에 따라 충분한 경험을 쌓은 간부들을 승진시키거나 유능한 적임자를 영입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한 은행관계자는 “전문화 세분화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무자에 비해 너무 많은 간부급이 포진하는 것은 조직 구조상 합리적이지 못할 수 있으며 업무상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처럼 명분이 없는 ‘직급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제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