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빈 칼럼] ‘하의실종’과 한인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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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를 주로 다루는 한국 언론매체들과 포털사이트에서 느닷없이 여자 연예인 벗기기 광풍이 불고 있다. 소위 ‘하의실종(下衣失踪)’이란 미명아래 걸그룹의 10대후반 소녀들은 물론이고 40대 중년 연예인들까지 마구 벗겨대고 있는 것이다.

하의실종 신조어는 근년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 겨울에 여자 연예인들이 각선미를 뽐내기 위해 아주 짧은 치마나 핫팬츠 차림으로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한겨울임에도 외투만 걸친채 허벅지를 드러낸 모습이 마치 하의를 입지 않은듯 한 착시현상 처럼 보임에 따라 하의실종은 급속 확산됐다. 더구나 대중의 인기로 먹고사는 여자 연예인들 입장에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받아들여 각선미에 자신있는 상당수 여자 연예인들이 경쟁적으로 노출에 가담, 하의실종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하의실종의 이면에는 기만행위란 의미도 포함돼 있다. 마치 아랫부분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즉 대중들을 상대로 펼치는 의도적인 눈속임 행위인 것이다.
 
이번주부터 타운은행들이 지난 1분기 결산보고서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 4대은행인 한미, 나라, 윌셔, 중앙이 각각 분기실적 발표를 마쳤고 나머지 비상장 은행들은 늦어도 29일까지 1분기 실적을 공표할 예정이다.
 
타운금융가에서는 이번 1분기에 대부분의 한인은행들이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미 발표된 한미, 나라, 중앙의 1분기 성적표를 보더라도 전반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년여동안 붉은색 일색이었다가 이번 분기부터 점차 흑자 기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타운에서 영업중인 12개 한인은행 중 지난 2010년 한햇동안 흑자를 기록한 곳은 중앙과 커먼웰스 두곳 뿐이었다. 그나마 중앙의 경우 증자 과정서 발생한 우선주 보전액을 계상한다면 실질적으로 900여만달러쯤 손실을 본 셈이고 커먼웰스의 연간 흑자 규모도 23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볼때 2011년 1분기들어 대다수 은행들이 흑자 기조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금융위기와 주택시장 몰락에 따라 한인은행들이 지난 2년여동안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왔는데 이제서야 서서히 터널의 끝에 도달했다는 징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인은행들의 분기실적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냈다기 보다는 부실채권 규모가 줄어들면서 그에 대한 뒷처리(대손충당금 등)에 따른 상대적 수익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영업 순익이 늘어난것이 아니라 부실대출로 파생된 제반 숫자들의 규모가 크게 줄어든데다 경비절감 등 긴축경영에 따른 마른수건 짜내기의 결과물이란 사실이다.
 
더 자극적으로 표현하자면 겉으로만 화려한 숫자를 나열해서 고객과 투자자들을 현혹시켜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이는 하의실종의 유행처럼 짧은 치마를 입은채 겉옷으로 슬쩍 가리는 것과 다름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겨우 적자행진을 멈춘 타운은행들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엄청난 규모의 부실자산을 정리하느라 급격히 하락한 자기자본 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마다 상당한 금액의 증자, 즉 신규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또 지난 2년여 가동중지 됐던 영업망을 재정비해 ‘관리’에서 ‘영업’으로 유연하고 신속하게 체질을 개선시키는 한편 한동안 후순위로 미뤄뒀던 중장기 목표 수립 등 경영전략을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1분기 들어서 흑자 기조로 전환됐다고 해서 섣부른 자축 또는 자만하는 분위기에 빠질 겨를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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