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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자신의 수명을 알게 된다면 우리 인간세상은 어떻게 될까. 사람들이 언제 죽을지를 알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뉘지 않을까 점쳐진다. 우선 책임을 중시하는 유형을 꼽을 수 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오늘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던 중세 유럽의 철학자 베네딕투스 스피노자(1632-1677)의 말 처럼 자신이 죽은후에도 이 땅에 남겨지는 가족과 이웃을 위한 자기헌신적인 삶에 주력하는 부류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알기 때문에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무엇인가(대부분 재산이겠지만)를 남겨주려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이다. 또 다른 유형은 될대로 되라는 막무가내형이다.자신은 몇년몇일에 죽을 예정이므로 타인의 삶엔 무관심한 채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살겠다는 부류들이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어떤 규범이나 질서 따위는 아랑곳할 필요성 조차 못 느낀다. 사회질서를 무시하고 법을 어겨서라도 오로지 내게 주어진 수명이 다할때까지 ‘나 편한대로 살겠다’는 이기심의 극치다. 얼마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회자되고 있는 2012년 종말론의 신봉자들 처럼 어짜피 죽을텐데 뭣 때문에 아둥바둥 사는가란 냉소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를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람이 사람다운 삶을 살수 있도록 구속(?)했던 것이 바로 수명에 대한 미지수였다. 즉, 자신이 언제까지 살지를 모르기 때문에 사람답게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최근 스페인의 국립암연구센터 연구진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사람의 남은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17일 공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액검사를 통해서 DNA를 추출, 염색체 끝 부분에 있는 텔로미어(Telomere)로 수명 예측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사람의 텔로미어는 하나의 염색체에 6개가 존재하고 있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그 길이가 짧아져 일정 길이 이하가 되면 세포분열을 멈추는(죽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측정해서 사람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페인 국립암연구센터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수명 측정 프로그램을 개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약 700달러를 받고 본격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이처럼 인간수명 측정 프로그램이 상품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찬반 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연구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마리아 벨라스코 박사는 “짧은 길이의 텔로미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확실히 수명이 짧은 것을 알수 있지만 긴 텔로미어를 가진 사람의 수명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인간 수명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무리지만 앞으로 5~10년후쯤이면 좋은 결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는 심장질환, 치매, 암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반대하는 주장도 만만찮다. 불완전한 의학기술을 앞세운 이같은 상행위는 존엄한 생명에 정면 도전하는 것과 다름없다 것이다. 부정확한 수명 예측은 자칫 한 사람과 그 가족들에게 커다란 불행을 안겨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즉 멀쩡한 사람에게 시한부 암선고를 하는 것처럼 오진(측정의 오류)을 할 개연성이 너무 많다며 상품화에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수명을 예측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자못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