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내디뎠을 때였다고 들었다. 오랜 항해 끝에 신대륙을 밟은 일행들은 인디언 원주민들을 붙잡고 황금덩어리가 있는 곳을 물었다. 황금을 “노랗게 빛나는 것, 아주 비싼 보물”이라고 표현하자 인디언들이 일행을 안내했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금광이 아니라 노란색 알이 영글어 있던 옥수수밭이었다. 콜럼버스 일행들에게는 말 그대로 번쩍 번쩍 빛나는 금덩어리가 보물이었겠지만 당시 인디언들에게는 자신들에게 주식이 되고 있는 옥수수야말로 진짜 보물이었던 셈이다. 김유승이라는 40대 사업가를 만난 것은 14개월여전이다. 그는 이콘텍(Ecorntech)이라는 생소한 회사이름의 사장이었다. 에코(eco)라는 말머리로 짐작해 친환경사업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것도 맞다. 사실 옥수숫대를 재활용한 기술로 합판을 만들려고 한다”라고 소개했다. 회사이름에서 가운데 들어 있는 콘(corn)이 핵심단어였던 셈이다. 합판의 원자재가 나무인데 이것을 옥수숫대라는 농업 부산물(바이오매스)로 만든다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지난 달 김유승씨의 이콘텍에서는 팩시밀리 몇장과 이메일을 보내왔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두바이측과 중동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연간 1억2천만달러가 넘는 구매계약을 했다는 내용과 계약서 사본이었다. 지난 주에는 한국의 대그룹을 통해 옥수숫대로 만든 합판 전량을 유통판매하는 계약을 마쳤다고 알려왔다. 게다가 이미 한국 충주에 있는 한 합판공장과 계약해 두바이에 공급할 최초의 옥수숫대 상용합판 생산에 한창이라는 소식도 있다. 이번주 중에는 한국내에서 수천만달러 규모의 투자계약이 완료될 것이라고도 한다. 이 투자금으로 자체 옥수숫대 합판공장을 가동, 본격적으로 목재 합판의 대체상품으로 옥수숫대 합판을 쏟아낼 것이다. 가격경쟁력에서 기존 목재에 비해 30~40% 저렴한 이콘텍의 옥수숫대 합판제품의 시장 진입추세는 기대할 만하다. 기존 합판은 수종 성장까지 십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데다 삼림벌목에 따른 환경문제가 수반될 수 밖에 없는 목재를 원자재로 하는 만큼 갈수록 코스트가 상승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이콘텍의 주력사업은 그동안 거의 폐기되다시피했던 옥수숫대를 원자재로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친환경과 대체 원자재라는 시대적인 키워드와 잘 맞아떨어진다. 대체 에너지 개발추세에 따라 옥수수 등 농업부산물로 만들어내는 에탄올 생산붐과 맞물려 옥수수 작황이 늘어나는 만큼 합판의 원자재가 되는 옥수숫대의 물량은 거의 무한정으로 값싸게 공급될 수 있다는 점도 이콘텍 사업의 커다란 장점이다. 옥수수와 관련된 신사업에 뛰어든 한인으로는 변호사로 잘 알려진 이문규씨도 있다. 그는 넥선에너지라는 대체에너지회사를 설립,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이미 한국의 코스닥 상장기업 2곳의 대주주가 돼 대체 에너지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한데다 내년쯤에는 미국시장에서 인수합병방식을 통한 기업공개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옥수수는 대체 식품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대체 산업용 작물로 그 활용폭이 거의 무한정에 이르고 있다. 흔히 동물 가운데서는 소를 가리켜 머리 끝에서 발톱까지 버릴 게 없다고 하지만 농작물에서는 옥수수야말로 뿌리에서부터 수염에 이르기까지 버릴 게 없을 정도이다. 지난 해 한국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식품용기와 벽지가 선보였다. 7일 라스베가스에서 개막한 세계가전용품박람회 CES에서는 옥수수 전분을 원료로 만든 재생플라스틱을 외장재로 사용한 노트북PC가 일본 후지쯔사에 의해 소개되고 있다. 대체 소재의 중심으로 떠오른 옥수수와 관련된 혁신사업에 우리 미주 한인들이 주도적으로 뛰어든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게 여겨지는 요즘 그 옛날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옥수수를 황금덩어리라고 소개한 의미가 거듭 감칠 맛 나게 와닿는다. 황덕준/미주판 대표겸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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