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감원 일상화..사기·서비스 저하

경비절감을 위한 감원이 일상화하는 가운데 올해 미국 은행권의 인력감축 규모가 1만8천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은행 종사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지고 대고객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등 문제점도 점차 불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20일 브라이언 모이니헌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간부급 직원들에게 3500명 인력의 추가 감원 구상을 담은 메모를 발송했다. 이에 앞서 스위스계 크레디트 스위스은행도 지난 7월 중순 2000명의 감원에 착수한 바 있다.

BoA의 이번 계획 추진으로 금년 미국 은행권 인력감축 규모는 1만8252명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 많았던 것으로 재취업 알선 전문 ‘챌린저, 그레이, 크리스마스’사는 집계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금년 상반기 들어 많은 은행이 감원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영국계 HSBC가 이미 5000명을 줄인 데 이어 내년말까지 2만5000명을 더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의 경우도 금년말에 감원에 나설 것으로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뉴욕 월가를 중심으로 미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이 주기적으로 일상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 종사자들에게 감원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다가왔으며 감원에서 살아 남은 직원들 역시 더 많은 책임이 부과되면서 사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벽면과 기둥, 엘리베이터에 직원은 물론 임원들의 대형 초상화와 함께 “동반자” 등의 문구를 내걸며 사기를 고취시키던 크레디트 스위스가 슬그머니 이를 철거한 것은 월가의 기류를 잘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직원들은 철거장면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으려다 경비원들의 제지를 받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는데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직원은 “은행이 전적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감원은 고객 서비스를 떨어뜨리는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러셀 레이놀즈 파이낸셜 서비스’의 간부사원 리더 해먼드 씨는 “은행 손님들은 고객담당 직원들이 바뀌는 것에 질색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감량경영이 이제는 뼈와 근육을 잘라내듯 은행의 기본 체력을 갉아먹는 지경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위험투자를 견제하고 있는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이 금융권의 인력운용에 문제를 야기하는 한 측면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성과목표를 달성하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주기는 했지만 기본급은 상대적으로 낮게 운용돼 왔다. 그러나 이 법의 도입으로 급여 시스템이 투자은행 상무급의 경우 40만 달러로 배 수준으로 대폭 인상되는 등 기본급에 무게를 두면서 은행의 급여보상 유연성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는 지적이다.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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