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를 갚지 못하는 대출자들은 파산을 선택하고 있어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담보대출로 플로리다주의 휴가용 주택을 샀던 조지프 라일리는 지난해 실직하고 대출을 갚지 못해 은행에 집을 압류당했다.

라일리는 그것으로 대출 문제는 모두 끝난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라일리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은행에 19만달러를 갚으라는 부족금 판결(deficiency judgment)을 받았다.

은행은 라일리의 휴가용 주택을 처분했지만,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출금의 4분의 1밖에 회수를 못 하자 나머지 금액을 받으려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부족금 판결 제도는 압류 주택 등을 처분하고 나서도 채무 변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머지 채무를 갚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것으로 미국의 41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허용되고 있다.

은행들은 실물 경기와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압류한 주택의 처분 가격이 대출금을 훨씬 밑도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자 부족금 판결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출을 받아 산 집 가격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지자 고의로 대출을 갚지 않고 압류를 선택하는 대출자들이 늘어나는 경향도 은행의 이런 대응을 부추기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2007년 이후 이뤄진 450만건의 압류 중 64%가 부족금 판결 제도를 시행하는 주에서 발생했다. 부족금 판결 소송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플로리다주 팜비치 카운티의 회계 담당자 샤론 보크는 “대규모의 부족금 판결 소송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은 빚을 갚으라는 은행의 소송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들은 빚에서 해방되기 위해 파산을 선택하고 있다.

라일리도 파산 신청을 할 생각이다.

부족금 판결 소송이 늘어나 파산하는 대출자들이 늘어나면 소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택담보대출 등을 증권화해서 거래하는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러 주택담보대출을 묶어 증권화하는 과정에 부족금 판결 가능성이 포함되기 때문에 증권화 자산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