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은행이 2000년 이후 근 10년간 고속 성장한 바탕은 ‘마구잡이’식 대출에 따른 실적위주 경영 탓이었음은 다른 한인은행들에게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그 나물에 그 밥’ 격이다. 다시 말해서 한인은행들은 주택 모기지 분야에 거의 손대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리는 잘 나가고 있었는데 서브프라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망가졌다’는 식의 하소연이 제법 그럴 듯하게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규모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미국의 상업은행들이 연방정부의 구제금융,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국민의 세금으로 ‘죽음’을 면하는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한인은행들도 주가가 폭락하고 대출손실이 터지는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렇다해도 한인은행들 만큼은 미국내 다른 은행과 달리 이른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관련한 손가락질은 거의 없었다. 앞서 언급했듯 주택모기지 관련 서브프라임과 관련없이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신세’처럼 동정을 받는 처지였을 뿐이다. 한인은행들 만큼은 경영이나 영업 자체의 문제 보다는 금융위기라는 대세에 휩쓸린 피해자일 뿐 여전히 투자할 만한 수익 잠재력이 있는 금융기업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 10여년 동안 고속 성장한 한인은행들의 실적이 여전히 매력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다 그랬던 만큼 장밋빛 미래비전으로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그저 ‘모든 금융기업이 어려우니까 우리도 어렵다’는 식으로 여기저기 손 벌리며 증자작업에 나섰고, 뭔지 몰라도 ‘은행에 투자하면 괜찮다더라’는 막연한 동조의식이 퍼져 은행이 증자만 한다면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주저없이 은행주식을 사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윌셔은행 뿐 아니라 다른 한인은행 또한 예외가 아닐 수 있다는 경고와 경종의 신호음이었다. 그것은 윌셔은행의 전직 대출관련 임원들의 사례에서 보듯 ‘모럴해저드’의 전형이 한인은행에도 퍼져 있을 것이라는 위험한 징조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본질인 ‘탐욕’에서 비롯된 금융위기가 한인은행들의 실적경쟁 시대에 또아리틀고 있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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