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시위대, 맨해튼 억만장자 자택 앞 행진

자본주의의 모순과 소득 불평등에 항의하는 미국 뉴욕의 월가 시위대가 11일 맨해튼 중부 지역에 있는 억만장자들의 집 앞으로 항의 행진을 벌였다.

월가 시위대 200여명은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자신들의 거점인 맨해튼 남부 주코티 공원을 벗어나 중부 맨해튼 쪽으로 향했다.

시위대는 뉴스 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인 루퍼트 머독과 JP모건 체이스의 CEO인 제이미 다이먼, 거대 에너지기업인 코크 인더스트리의 데이비드 코크 부회장 등의 호화로운 자택 앞을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하면서 뉴욕주의 ‘부유세’(millionaire’s tax) 폐지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유세는 뉴욕주의 상위 소득계층 2%를 대상으로 하는 세금으로 오는 12월에 폐지될 예정이다.

시위대는 명품 가게들이 즐비한 5번가, 59 스트리트에서 시작해 어퍼 이스트 사이드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코크 부회장의 아파트 앞에서 잠시 머물며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아파트 앞에는 경비원 5명과 경찰 2명이 지키고 있었으나 아파트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원은 없었다.

시위대를 이끈 조너선 웨스틴은 “우리는 억만장자들에게 공정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또 대표자 격인 도우그 포랜드는 뉴욕시의 재정감축 조치로 학교와 노인들의 복지혜택이 줄어들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부유세를 폐지하는 것은 비양심적이며, 주 의회는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행진 허가를 받지 못해 좁은 골목길로 행진했지만 인원이 몰리면서 교통에 불편을 주었다.

월가 점령 시위는 각국으로 번지고 있으나 정작 시위를 처음 시작한 인원들이 맨해튼 남부에서 벗어나 중부 지역으로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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