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과 새벽에 쏟아지는 유럽의 재정위기와 관련한 소식들을 점검하느라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는 날이 늘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미국의 금융 트레이더들이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TV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등을 지켜보느라 새벽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시차는 5∼6시간이다. 미국에서 유럽의 새로운 소식에 최대한 빨리 접근하려면 새벽에 잠을 깨야 한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새벽 근무가 늘어나자 미국 금융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비공식 개장 시간은 새벽 2시30분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개장 시간은 오전 9시30분이다.
헤지펀드 매니저인 더글러스 카스는 “금융인들 사이에 `카르페 녹템’(carpe noctem)이라는 새로운 신조가 생겼다”고 말했다.
카르페 녹템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에 나오는 문구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와 유명해진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인용한 것이다.
카르페 디엠은 현재에 충실하라(seize the day)는 의미이고 카르페 녹템은 밤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카스는 “유럽 지도자들의 말 한마디로 시장이 벼랑 끝을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어서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임원들은 새벽 1시에 일어난다. 블랙베리 휴대전화로 유럽의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핌코의 신용조사 책임자인 크리스티안 스타라케는 “신경이 곤두선다”고 말했다. 잠을 자지 못하는 것보다 유럽 소식에 더 신경이 쓰인다는 의미다.
실제 뉴욕증시는 유럽발 호재와 악재에 1%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급변동 장세를 보이고 있다.
심야근무를 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다는 은행 관련 애널리스트 마이클 마요는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모건 스탠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봐야 한다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증권회사에 다니는 크레이그 고먼은 “침실에 TV와 경제 전문 뉴스 단말기 등 6개의 모니터를 켜 놓고 잔다”면서 자신의 부인도 이런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유럽 뉴스에 대한 새벽 수요가 늘면서 관련 방송의 시청률과 사이트 접속도 늘어났다.
미국의 경제전문 방송 CNBC가 오전 4∼6시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50% 늘어났고 오전 2∼5시까지의 웹사이트 접속은 30% 증가했다.
문제는 미국 금융가의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럽 채권 펀드 매니저인 앨 모니스는 “오전 2시에 일어난다”면서 “상황이 더 악화하고 당분간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