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 선거, 비방에만 집착해서야

박요한후보 연일 상대후보 공격
배무한 후보도 반격 준비 중 소문

LA한인회장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종류를 불문하고 선거 과정에서는 후보자간 상호비방이 넘쳐난다. 상대 후보를 누르고 어떡하든 한표라도 더 얻어내고자 상대를 깎아내리다 보면 근거없는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선거가 공동체 사회의 대표를 민주적으로 뽑는다는 애초의 취지는 사라지고 후보로 나선 인물 중에서 누가 더 형편없는 사람인지를 보여주자는 비방과 비하 경쟁이 아닌가 싶을 정도가 되고 만다. 막장 드라마 찜쪄먹을 정도의 원색적인 다툼은 선거가 끝나고 나면 승자에게건 패자에게건 볼썽 사나운 상처만 잔뜩 남길 수 밖에 없다.

2년전 LA한인회장 선거에서 이른바 ‘불법 선거운동’이라는 이유로 후보 탈락의 쓴잔을 맛본 끝에 ‘새 한인회’라는 단체까지 만들었던 박요한씨가 이번 LA한인회장 선거전에 다시 나섰다.
 
박 후보는 지난 30대 LA 한인회장 선거 당시 후보 지지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일부 향응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위법선거운동 시비 끝에 후보에서 탈락됐다. 그랬던 박후보가 이번에는 후보 등록 마감과 동시에 경쟁후보인 배무한씨에 대해 불법선거 운동 혐의를 씌우는 공세로 선거전의 막을 올렸다.

박후보측은 배 후보가 후보 등록도 하기 전에 건물 외벽에 선거 운동을 목적으로 배너를 붙였으며 선거캠프에서 내부 분열이 발생했다는 등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후보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지난번 처럼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계심이 앞서다보니 일단 ‘씹고 보자’는 네거티브 전술부터 챙기는 모양새다. 게다가 2년전 자신을 배척했던 인물들이 중심이 된 선거관리위원회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선입관이 있어 더 공격적으로 나오는 듯하다. 아직 특별한 대응을 보이지 않는 배 후보측도 박후보에게 치명적인 다수의 자료를 갖고 있다는 설을 끊임없이 흘리고 있다.

두 후보측에서는 여러 명의 감시요원을 상주시키며 24시간 내내 상대 후보의 동선을 따라붙어 행여 불법적이고 위법적인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지 거의 사찰수준으로 체크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이로 인해 한인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이번 LA한인회장 선거가 예년과 다름없이 후보간의 극한 감정대립과 인신공격에 이은 탈락자(패배자)의 법정소송 제기라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2년전 후보 탈락에 승복하지 못해 새 한인회를 만들었던 박요한씨의 처사는 결과적으로 해외동포사회에 유례없이 한인회가 두개로 분열된 사례라는 오점을 남겼다. 오죽하면 이명박 대통령이 시애틀 한인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까지 LA의 ‘한 지붕 두 한인회’를 부정적인 사례로 지적했겠는가.
 
LA 주류사회에서는 한인회 선거의 후유증을 겪을 때마다 “한인들은 왜 그렇게 서로 다투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젓는다. 법정소송 과정에서 판사조차 “커뮤니티 문제는 커뮤니티에서 해결하라”고 훈계한 적도 있다.

대다수 일반 한인동포들이 한인회를 비롯한 각종 단체의 활동조차 외면하는 현실은 ‘자기네끼리 밥그릇 싸움만 하지 동포들의 일상생활과 무관하다’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가뜩이나 ‘인물이 없다’는 한인사회에서 그나마 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정도라면 나름대로 내세울만한 배경이 있을 것이다.
 
모처럼 공공의 영역에서 그같은 인물의 스펙을 검증해보고 그들의 능력과 봉사정신 등을 비교해보는 기회가 선거일 수는 없는 것일까. 상호 비방과 인신공격을 일 삼으면 둘 중 한명이 이기는 게 아니라 둘 다 진다는 ‘공멸의식’을 갖도록 두 후보에게 주문하고 싶다.
 
 2년전 박요한씨를 탈락시키고 ‘이겼다’고 생각했을 스칼렛 엄 한인회장이 과연 승자의 월계관을 쓰고 자리를 지켰는지,가시관을 쓰고 있었는지 한번 물어나 보라는 것이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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