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북서방향으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벤츄라 카운티에 자리잡은 소도시 오하이(OJAI). 아담한 규모 덕분인지 도시라기보다 읍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고, 사람들의 왕래도 빈번하지 않아 조촐한 느낌이 드는 이곳. 하지만 켈리포니아에서 오하이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을 불행하다고 해도 될 만큼 매력을 지닌 도시다. ‘남부 캘리포니아의 지상 낙원’이라는 별명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지도 한 장을 손에 들고 불쑥 찾아간 오하이. 가볍게 온 발걸음을 무겁게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 두는 매력을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도 입이 간지럽다. OC에서 405번 북쪽방향을 타고 다시 101번 북쪽으로 바꿔 떠나는 발걸음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곳을 통해 산타바바라를 갈 수도 있고, 몬트레이 베이는 물론 산호세, 더 멀리 샌프란시스코까지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자주 드나드는 이 길에서 왜 33번 도로, 오하이를 보지 못했던 걸까? 그 때문인지 벤츄라 카운티에 접어들면서 두 눈은 행여나 지나칠지 모르는 미지의 프리웨이 번호 33번을 향해 응시하게 된다. 101번에서 오하이 방향 33번으로 갈아탄 뒤에 10여 분을 달리게 되면 사막과도 같은 헐 벗은 산들이 푸르른 숲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매끄러운 길을 따라, 나도 모르게 높아지는 고도 때문에 귀 속이 멍하게 막혀지는 것을 느낄 때면 비로소 병풍처럼 여러 산으로 둘러 쌓인 오하이에 가까워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지형은 오하이라는 명칭과도 관계가 깊다. 오하이에 접어들기 전 잠시 카시타스 호수로 외도를 한다. 오하이에서 10분 정도 떨어져있는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인공 호수로 1984년 이곳에서 LA 올림픽 조정 경기가 펼쳐졌다. 카시타스 호수는 사실 지역민을 제외하곤 잘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캠핑과 낚시, 물놀이 등을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한나절 보내기에 손색이 없다. 특히 고즈넉한 산세와 함께 잔잔하게 고여있는 호수는 한 폭의 동양화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 이 모습, 한국의 춘천 소양호에서 느꼈던 그것과 어쩌면 이리도 닮아있을까? 이곳은 벤츄라 카운티에 식수원으로 사용될 만큼 뛰어난 수질이 특징. 때문에 국립공원관리국이 아닌 벤츄라 카운티 수도국에서 호수 관리를 담당한다. 호수에 손을 담그고 문질러보면 OC에서 익숙한 뻣뻣한 물과는 차원이 다름을 알 수 있다. 호숫가에서 한가롭게 토요일 한 때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이제 낙원으로 접어든다. 사실 이 낙원이라는 표현에는 유래가 있다. 영화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지상낙원으로 소개된 오하이는 이후로 많은 사람들에게서 그렇게 불려왔다. 실제로 오하이에서는 매년 음악 축제를 비롯한 와인 축제, 각종 문화 예술 공연 및 갤러리가 밀집해 있기에 멋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방문한 이날은 마침 1947년부터 매년 메모리얼 데이 다음 주에 진행된 음악축제로 도시 전체가 음률을 타고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오하이는 각종 축제가 창궐하는 도시로 변한다. 멋으로도 오하이를 찾지만 한편으로 맛으로도 오하이를 찾는다. 특히 허브가 특화된 도시이기에 라벤더를 활용한 제품이 유난히 많다. 그 중에서도 오하이산 라벤더 잼은 그 맛에 어느 잼도 도전장을 내밀지 못한다. 사진에서 늘 등장하는 오하이 아케이드를 살짝 비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자기로부터의 혁명>의 저자인 인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가 생전까지 머물렀다고 하는 크리슈나무르티 라이브러리다. 오하이를 찾는 대표적인 이유는 대개 두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말 그대로 갑갑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쉼을 찾으려는 것이고, 둘째는 명상을 위해서라고 한다. 흔히 애리조나 세도나가 ‘기’가 세다고 해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에선 이 곳 오하이가 세도나 못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다양한 철학자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오렌지 나무가 사방으로 가득한데 주인의 허락 없이도 오렌지를 딸 수 있도록 방문자에게 개방을 한다. 이곳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메디테이션 마운트는 오하이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최고의 뷰를 자랑한다. 산 정상에는’세계의 정원’과 오솔길을 만들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이고, 로스 파드레스 산림이 병풍처럼 감싸 안은 이 곳에 앉아 있노라면 창조주 하나님의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날 날씨가 허락했다면 오하이 최고의 볼거리인 일몰이 만들어내는’핑크 모먼트’, 즉 도시 전체가 분홍빛으로 물드는 광경을 볼 수 있었겠지만 구름이 내려 앉아있는 모습에 만족하고 내려온다. 한 시름을 잊고 편하게 쉬고 싶은 이들에게 오하이는 참 좋은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 중에서도 오하이 리트리트는 미국 대통령과 각 주지사 등이 여름 휴가지로 선호하는 명소로 통한다. 운이 좋아 프레지던트 스윗을 예약할 수 있다면 역대 대통령들이 왜 이곳을 선호했는지를 알 수 있다. 비수기에도 예약이 어려운 이곳은 프레지던트 스윗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룸 가격이 100~150불 내외로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특이하게도 비영리단체가 운영하고 있기에, 가격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 또한 근처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재료로 만든 아침식사는 오하이 리트리트의 최고로 손꼽힌다. 골프와 테니스,수영 및 스파를 즐기고 싶다면 오하이 벨리 인 앤 스파가 있다. 스패니쉬 무어 양식으로 지어진 리조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통한다. 안에서 머물다보면 남부 스페인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하루 숙박요금이 평균적으로 300불에 달하고, 전망이 좋은 방은 600불이 넘는 고가 리조트지만, 그만한 가치를 제공한다. 저녁 즈음에 찾은 리조트에는 나무 타는 냄새가 구수하게 진동하는, 마치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저녁밥 짓는 냄새와도 같은 반가운 분위기를 전한다. 리조트 안을 걷노라면 오솔길을 따라 진한 라벤더 향이 가득하게 번져나오며 카페와 펍에서는 즐거운 분위기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제 오하이의 자랑인 아케이드로 향한다. 리조트에서 5분 정도 가까이 자리해있다. 뮤직 페스티벌이 한창인 아케이드 근처 리비공원에는 벌써부터 축제분위기가 한창이다. 할리우드 보울보다 규모가 작지만, 오하이풍 느낌을 주는 리비 보울은 각종 콘서트가 펼쳐지는 오하이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았다. 아케이드에는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식당들이 밀집해있다. 커피를 마시고자 한다면 오하이 커피 로스팅 컴패니를 방문하길 권한다. 피스트 비스트로 레스토랑은 오리지널 미국스타일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오하이 명소로 통한다. 아케이드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연인들이 프로포즈하기 좋은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수잔 쿠진도 유명하다. 아케이드를 떠나 돌아오는 길에 33번 도로에 자리한 보칼리스(Boccali’s) 피자집은 오하이 관광 홈페이지가 추천하는 최고의 피자집으로 통할만큼 전통 미국 피자맛을 즐길 수 있다. 보칼리스 피자집에서 먹은 파인애플 토핑을 얻은 치즈 피자와 카보나라 파스타, 그리고 치즈를 녹여 얹은 마늘빵은 최고의 궁합. 이맘때만 먹을 수 있다는, 시즌 디저트로 고를 수 있는 딸기 숏케익도 그 싱싱한 달콤함이 잊을 수 없는 맛으로 기억된다. 낮 12시쯤 들렀던 오하이에서의 하루는 이제 어느덧 저녁 7시를 향하고 있다. 이상하리만큼 피곤하지 않고, 생생한 에너지가 충만하게 맴돈다. 자연이 주는 이 신선함과 멋과 맛이 있는 작은 시골 마을 오하이는 한국사람들에게 어쩌면 기억에 맴도는 고향 시골마을에 온듯한 포근함을 전해줄 수도 있겠다. LA와 OC에서 멀지 않은 이곳 오하이. 떠나기 전 꼼꼼하게 축제 스케줄과 체크 포인트를 정해본다면 짧은 시간 안에 참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는 정겨운 낙원임에 틀림없다. 폴 황/여행 작가 ●ENJOY 어디서 무엇을 할까? ▶Lake Fishing 오하이 밸리에 도착하기 전에 만나는 카시타스 호수. 1984년 LA 올림픽 조정경기장으로 쓰일 만큼 아름답게 조성된 인공호수. 이곳에서 즐기는 낚시는 최고의 민물 어종을 만날 수 있어 많은 낚시광들이 찾는다. 홈페이지: www.casitaswater.org ▶Meditation of Ojai 유명한 명상 센터가 있는 오하이.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하거나 기도를 드리려거든 오하이 명상 센터를 찾아가보는 것도 좋다. 특히 주변의 뛰어난 산세와 고요함이 집중력을 키워준다. 명산센터 웹사이트: meditationmount.org ▶Twin Peaks Ranch 오하이 밸리의 뛰어난 경치와 더불어 그곳에 자리한 트윈픽스 랜치는 각종 파티나 랜치 웨딩을 위한 최고의 장소로 쓰인다. 결혼을 앞둔 커플 혹은 프라이빗 파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러 오하이 특유의 랜치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주소: 4403 Thacher Rd. Ojai, CA 93023/웹사이트: www.twinpeaksranchojai.com ▶Libbey Bowl 오하이 재즈 패스티벌은 물론 각종 공연과 이벤트가 열리는 오하이 최고의 공연장. 할리우드볼 같은 화려하고 웅장함은 없지만, 자연친화적인 모습과 아담한 동네에 어울리는 극장 형태가 돋보인다. 공연 수준만큼은 최고라고 볼 수 있다. 웹사이트:libbeybowl.org ▶Ojai Certified Farmers Market 남가주에는 많은 파머스 마켓들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최고를 말하자면 오하이 파머스 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에서도 오하이가 인정한다는 의미가 붙어있듯, 신선함은 물론 다양한 종류의 과일 또는 유기농 재료가 있고, 특히 각종 허브를 구할 수 있다. 웹사이트: www.ojaicertifiedfarmersmarket.com ▶Ojai Valley Museum 오하이 밸리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 박물관. 이곳에 살았던 추마시 인디언들의 생활과 오하이라는 이름의 유래. 그리고 지역의 변천사 등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아트 공연도 일정을 미리 체크해가면 즐길 수 있다. ▲주소: 130 W Ojai ave. Ojai, CA 93023 /웹사이트: www.ojaivalleymuseum.org ●EAT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 ▶Suzanne’s Cuisine 오하이라는 동네의 매력을 한껏 품은 레스토랑. 자연과 함께 구성된 인테리어는 물론 각종 메뉴들 역시 오하이에서 내세우는 최고의 재료를 사용한다. 특히 생과일로 제공되는 디저트와 애피타이저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주소: 502 W. Oaji ave.,Ojai CA 93023/웹사이트: www.suzannescuisine.com ▶Boccali’s Restaurant 보칼리 레스토랑은 오하이 최고의 피자집으로 통한다. 진한 치즈와 함께 다양하게 얹어지는 토핑은 다른 곳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메뉴다. 특히 디저트로 선택할 수 있는 딸기 숏케잌은 그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인상적이다. ▲주소: 3277 Ojai ave.,Ojai, CA 93023/웹사이트: www.boccalis.com ▶Bodee’s Ranch 오하이 최고의 스테이크 하우스. 오하이의 멋을 담은 랜치에서 즐기는 스테이크는 마치 육질과 소스 그리고 맛에서 일품으로 통한다. 벽난로가 켜져 있는 랜치는 마치 파티에 초대 받은 듯한 느낌을 준다. ▲주소: 3304 Maricopa Hwy, Ojai, CA 93023/웹사이트: bodees.net ▶Ojai Coffee Roasting Company 다운타운 오하이에는 언제나 구수한 커피 볶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오하이 커피 로스팅 컴패니에서 만나보는 커피는 까다로운 오하이 주민들도 인정하는 최고의 맛으로 평가 받는다. ▲주소: 337 E. Ojai CA, 93023/웹사이트: www.ojaicoffeeroastingco.com ▶LA 한인타운에서 갈 때 자가운전: 101번 프리웨이 노스 방향 진행. 오하이 방면 33 프리웨이 진입 출구번호 70B. 33 노스 방향 진행 후 오하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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