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미국 경제에서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한인은행권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기 동안 부실정리에 노력하면서 버텨기 전략을 펼쳤던 한인은행들은 지난해부터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는 본격적인 대출 경쟁에 돌입해 은행들마다 적지 않은 신규대출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상장 은행들은 우량 고객들을 선점하면서 올들어 괄목할 만한 대출 실적을 올렸다.
BBCN뱅크의 경우 3분기에만 3억 1270만달러의 대출을 신규로 유치했고, 올해 전체로는 7억 2180만달러의 대출을 늘렸다.
한미은행도 3분기 중 SBA부문에서 3480만달러를 새롭게 대출했고, 그외 상업용 대출에서도 전분기 대비 두배가 넘는 1억 3790만달러나 끌어들였다. 한미는 올해 총 1억 1120만달러의 SBA대출과 2억 7840만달러의 기타 상업용대출을 생산했다. 윌셔은행도 3분기에 2억 920만달러의 대출을 새로 유치하는 등 올해 9월말까지 5억 8140만달러의 대출이 증가했다.
이처럼 상장사들이 대출을 크게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이자율과 가격 경쟁에서 유동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BBCN과 윌셔, 한미의 총대출 성장률을 비교하면 BBCN과 한미, 윌셔와의 차이가 느껴진다. BBCN은 신규 유치만큼 총대출이 늘어난 반면 한미와 윌셔는 아직 그 영향이 크게 총대출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BBCN의 경우 지난해 말 51억 7000달러였던 대출이 올해 3분기에는 53억3000달러까지 올라갔다. 특히 3분기 대출 실적 향상에 따라 3분기에만 5.6%나 대출이 증가했다.
반면 한미는 올해들어 총대출이 소폭 느는데 그쳐 3분기 현재 28억 4000만달러를 보이고 있다. 이는 2분기의 28억 5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오히려 1.17% 대출이 줄은 것이다. 윌셔도 올들어 대출이 약 8000만달러 정도 줄었다. 지난해말 현재 27억달러였던 윌셔의 대출은 3분기 기준 26억 2000만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대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비상장은행들 사이에서도 올해 시비가 갈리는 느낌이다. 비상장은행들은 몸집이 가벼운 잇점을 살려 빠른 일처리와 대출심사 결정으로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면서 고객을 선점하고 있다. 하지만 숫자 경쟁에서는 버거운 상황이다.
태평양은행과 커먼웰스은행은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올해 상반기 총대출이 각각 5.9%와 16.2%가 늘었다. 오픈뱅크는 무려 17.3%나 증가했다.
그러나 긴 부실대출 정리작업의 여파로 대출이 크게 줄었든데다 두차례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상대적으로 대출시장에서 다소 늦게 추진력이 붙은 새한은행은 대출 감소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2분기 4억달러가 넘었던 대출은 올 2분기 3억6751만달러로 9%나 하락했다. 유니티은행도 올해 2분기 대출은 전분기 대비 3.5%가 감소했다.
이처럼 한인은행권의 양극화 현상은 큰 은행과 중소은행들간의 ‘부익부 빈익빈’보다는 은행별로 구분되는 양상이다. 과연 연말까지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하다.
성제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