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보지 않으면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명작’들이다. 쇼핑몰마다 넘쳐나는 인파들 안에 들어갈 엄두도 안나고 그저 조용한 성탄을 보내고 싶다면 가족, 혹은 연인간의 크리스마스 영화 감상을 강추한다. 편안한 내집 소파에 누워 조명을 낮추고 팝콘과 아이스크림을 준비하자. 부부와 연인을 위한 영화라면 레드와인 한잔도 좋겠다.
나홀로 집에(1990, Home Alone/ 1992 Home Alone II : Lost in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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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엔 케빈이 온다!’
설명이 필요없는 크리스마스 대표영화, 또 나홀로 집에냐 반문한다면 어쩌겠나 그래도 재미있는 것을. 1990년과 1992년에 나온 <나홀로 집에 1,2>편은 정말 볼때 무릎을 칠 만큼 유쾌하고 행복한 가족영화다.
맥컬리 컬킨의 귀여운 모습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만 여전히 보는이들을 웃게 만든다. 1편에서 엄마가 캐빈을 찾아 집으로 오면서 무명가수들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는 장면, 2편에서 뉴욕 록펠러 센터 앞에서 엄마와 캐빈이 만나는 장면은 자칫 놓치지 쉽지만 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명장면이다. 20년 전에 캐빈의 입장에서 봤다면 올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 함께 엄마의 마음으로 감상해보길.
러브 엑추얼리(2003, Love Actually) 많은 여성들이 소장용으로 간직하고 크리스마스면 꺼내 본다는 바로 그 영화. 휴 그랜트, 콜린 퍼스, 키아라 나이들리 등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펼치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모두 명작들이다. 거기에 주옥같은 크리스마스 음악들이 영화의 격을 높인다.
볼때 마다 심금을 울리는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것은 볼때마다 내 나이가 달라지고 내 상황이 달라지기 때문인 듯. 7가지 에피소드니 7번은 봐야 영화를 제대로 본 것 이라는 ‘러브 액츄얼리’ 마니아 카페가 있을 정도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1995, While You Were Sleep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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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드라 블록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매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크리스마스 ‘완소’ 영화다.
시카고 지하철의 토큰 판매 부스에서 일하는 아가씨 루시. 초라한 아파트, 고양이 한마리, 몇명의 동료들이 그녀의 곁에 있지만 정작 그녀에겐 부모와 가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항상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데, 언제부턴가 루시는 지하철을 오가는 멋진 미남자 피터를 짝사랑하게 된다.
어느 날 피터가 불량배들에게 떠밀려 철로 위에 떨어지고, 루시는 달려오는 기차로부터 아슬아슬하게 그를 구해낸다. 그가 혼수상태에 빠진 잠들어 있는 사이 루시는 난생 처음으로 그의 가족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는데…
러브 어페어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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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대에 캐리 그란트와 데보라 커 주연의 <An Affair To Remeber>의 리메이크작.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없다지만 웨런 비티와 아네트 베닝의 <러브 어페어>는 전편만큼, 아니 전편과는 또 다른 매력이 가득한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은 영화다.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이란 영화와도 묘하게 연결되는 구석이 있다. 흑백영화인 전편과 가장 다른 점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다운 촬영 기술이다.
태평양의 섬들과 뉴욕의 빌딩들은 ‘그림’같고 계절적인 아름다움도 숨막히다. 엔리오 모리코네의 음악 또한 이 영화를 잊을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배 안에서 아네트 베닝이 비틀즈의 ‘I Will’을 부르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한다.
다이 하드(1988, Die Hard/1990, Die Har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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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라고 꼭 로맨틱할 필요는 없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죽기도 힘들게’ 고생하는 하얀 ‘런닝셔츠’바람의 존 맥클레인 형사는 화끈한 크리스마스를 책임진다. 20년 전 액션이지만 부르스 윌리스의 넉살은 지금봐도 여전히 최고다. 다이하드 세대를 모르는 젊은이들에게 자랑스럽게 권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액션의 진수가 바로 다이하드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