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다. 최악의 불경기라 화려한 불빛들이 확실히 예전만 못하지만 몇몇 캘리포니아의 대표 적인 크리스마스 장식 거리는 여전히 불야성을 밝히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된다. 혹시 저녁 식사를 끝내고 온 가족이 TV 앞에서 빈둥거리고 있다면 두툼한 겉옷을 챙겨 들고 아이들과 가까운 크리스마스 장식 구경에 나서보자.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라이팅 속에 있으면 삶의 고단함도 잠시 잊고 나도 모르게 흥겨워진다. 입장료도 필요 없다. 추위에 코끝이 빨게 질 때는 뜨거운 코코아 한잔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된다.
우드랜드힐스 ‘캔디 케인 레인’ & 알타디나 ‘크리스마스 트리 레인’
LA,근교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크리스마스 타운을 꼽으라면 단연 우드랜드힐스와 알타디나다. 샌퍼난도 밸리 서부의 우드랜드 힐스(Woodland Hills) ‘캔디 케인 레인’(Candy Cane Lane)은 옥스나드 스트릿(Oxnard Street )과 루바오 애비뉴(Lubao Avenue) 주변 주택가를 가리킨다.
50여년 전 몇몇 가정에서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면서 인근 타운으로 번져 이제는 크리스마스 전통이 되었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울수록 방문객들이 몰려 주말 저녁에는 교통체증과 소음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니 가능하면 평일 저녁을 이용하자.
주민들을 위해 투어시간을 평일에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주말에는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두고 발품을 파는 것이 훨씬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www.woodlandhillscc.net/candy_cane_lane.html
알타디나의 ‘크리스마스 트리 레인’(Altadena’s Christmas Tree Lane) 은 이탈리아 삼나무 가로수의 크리스마스 라이팅으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산타로즈 애비뉴(Santa Rose Ave.)의 우드베리(Woodbury)와 알타디나 드라이브(Altadena Drive) 사이에 심어진 134 그루의 삼나무들에 걸린 1만여개의 전구들은 그야말로 보는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우드랜드 힐스 주택가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면 알타디나 가로수 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로로 그만이다. 1월1일까지 주중에는 오후 5시30분~9시30분, 주말에는 자정까지 구경할 수 있다.
www.christmastreelane.net
토랜스 슬리피 할로우 (Sleepy Hallow)
토랜스의 ‘슬리피 할로우’ (Sleepy Hallow)는 사우스 베이 지역 최고의 크리스마스 라이트 장식으로 유명하다. 셰린 레인(Sharynne Lane)과 도리스 웨이(Doris Way), 리스 로드(Reese Road)와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acific Coast Highway) 옆의 카예 마요르(Calle Mayor)와 로버트 로드(Robert Road)는 그 중에서도 반드시 둘러봐야 할 장소다.
동명의 영화제목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동화적이고 영화적인 매력이 뛰어나다. 각 크리스마스 트리에는 주제가 있으며 산타클로스, 루돌프, 과자로 만든 집 등 각각 집주인들의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이곳 슬리피 할로우는 특히 걸어 다니며 구경할 것을 권한다. 집주인들이 방문객들을 위해 핫초코렛을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롱비치 네이플스 섬 (Naples Island)
롱비치 남동쪽 알마미토스 만에 자리한 작은 섬 네이플스(Naples)는 오렌지카운티 뿐만 아니라 남가주에서 손꼽히는 크리스마스 명소다. 평소에도 ‘캘리포니아의 나폴리’라 불리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더욱 인기가 높다.
하긴 이탈리아 어 나폴리(Napoli)의 영문표기가 네이플스(Naples)이니 그 유럽풍의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운하를 따라 곤돌라 관광상품이 있는 것도 이탈리아 나폴리와 다르지 않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운하를 따라 있는 고급주택들이 경쟁하듯 장식해 놓은 크리스마스 라이팅들이 이곳을 캘리포니아의 명소로 만들었다. 이곳의 주택들은 요란한 장식뿐만 아니라 실내등을 훤하게 켜놓고 집안 구석구석을 밖에서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등 사생활이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는데 이쯤이면 오히려 그네들이 즐기는 모습이다.
돈을 좀 투자해도 괜찮다면 곤돌라를 타고 건장한 뱃사공과 함께 칸소네를 들으며 섬 구석구석의 크리스마스 트리 감상하면 더욱 낭만적이기는 하다. 곤돌라 라이드는 오후 5시부터 밤 11시까지 30분마다 운행되며 1시간 승선료는 2인승의 경우 65달러 정도이다. (www.gondolagetawayinc.com/)
롱비치 다운타운에서 메인 스트릿(Main St.)을 지나Ocean Bl.로 내려가다가 54th에서 좌회전하면 Bay Shore로 연결된다. 운하를 우측으로 끼고 동쪽으로 가면 2nd St.가 나오면 투어를 시작하면 된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