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에 맞는 접근법 찾아야”
“한식당 서비스 개선도 필수” 충고
“한식이 세계화되려면 현지화가 우선이다. 대중화한 후에 전문화로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헤럴드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샌즈 학장은 “현지화한 뒤에 대중화에 안착하면 그 뒤에 전문성을 갖고 한식의 깊이를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리사의 관점에서 “한식의 ‘정체성’은 ‘보존성(Preserve)’”이라고 정의했다. 예를 들어 같은 ‘밥’을 기본으로 하지만 한식은 중식 혹은 일식과 다르게 보존성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샌즈 학장은 “김치, 젓갈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반찬은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세계 어느 음식보다 탁월한 과학이 숨겨져 있다”라고 한식에 대한 우수성을 인정하면서 “그 보존성을 살리는 과정에서 각 지방마다 독특하게 발전한 ‘spice(양념)’ 도 장점”이라고 평했다. 한국의 국토면적을 감안할 때 그토록 다양한 요리를 맛보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라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한식의 세계화’를 추구한다면 무엇이 선행돼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세계화보다 각 지역화라는게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각 지역마다 문화와 식자재, 조리법 그리고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한가지 방식으로 글로벌화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차이를 명심하고 각 지역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한식의 고유한 ‘짜고 매운 맛’도 어느 정도는 양보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식에 대해 익숙하게,특히 미국에서는 주류층인 백인 상류층이 익숙해지도록 만든 후에 한식에 대한 점진적인 교육을 통해 한식 본연의 맛을 소개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식이라는 것이다. “맛과 문화에 익숙해지면 보다 다양한 시도도 하게 되기 때문에 그때 보다 본질적인 한식을 선보일 수 있다”라며 “고객의 혀를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샌즈 학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이른바 ‘퓨전’이라는 명분 아래 그 본질조차 명확치 않은 국적불명의 음식이 돼서는 안된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식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음식점은 음식을 먹음으로써 배고픔을 없앤다는 것이 기본이지만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이 찾았던 한국 고기구이(BBQ)식당을 예로 들었다. “그 식당에서는 음식 맛은 크게 부족하지 않았지만 식당에 들어설 때 부터 계산을 마치고 나갈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눈 조차 마주치지 않았던 종업원들의 서비스는 낙제점”이라며 “아마 다시 가게 되지 않을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식당에서 겪은 경험이 만족스러우면 다시 찾게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해 “친절한 서비스는 필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식당에 왔을 때 ‘마치 친척이나 친구의 집에 들른 것처럼 느끼게 하라’는 게 그의 서비스 철학이었다. “모든 요리마다 주 재료가 있다. 그 주재료의 풍미를 최대한 잘 살리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팔레트(palette, 화가가 물감을 섞는 판)를 활용해 재료간의 적절한 조화를 찾는 능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샌즈 학장의 요리 철학은 한식 세계화나 새로운 메뉴 개발 과정에서도 명심해야 할 것으로 들렸다. 최한승 기자 ▲라클란 샌즈는 누구? 세계적 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 패사디나 캠퍼스의 수석 요리사겸 학장이다. UC 버클리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수재로 졸업 후 전공을 살려 괜찮은 의료기관에 취직했다. 직장은 좋은 수입과 안정된 미래를 보장했고 환자의 생명 연장을 돕는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 느닷 없이 찾아온 행복에 대한 자문은 인생을 바꿔놓았다. 샌즈는 수년전 아내에게 “여보 나 행복하지 않아”라고 털어 놓았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했다. 샌즈의 느닷없는 고백에 아내는 “원하는게 있으면 해. 내가 도와줄게”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 길로 직장을 박차고 나와 행복해지기 위해 요리 학교에 들어갔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행복한 요리사이자 르 코르동 블루의 수천명 학생을 관리하는 학장이 됐다. 학생으로 출발해 불과 10여년 만에 수석 쉐프 겸 학장까지 승진하는 일은 요리업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그만큼 요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현직에 활동하면서도 공부도 계속, USC 대학원에서 학교 시스템 및 학생 관리를 전공했고 현재 클레어먼트 칼리지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르 코르동 블루(푸른 리본이란 뜻)는? 프랑스와 미국을 비롯, 세계 약 5개 대륙에 산재한 35개의 캠퍼스에서 2만명이 넘는 학생이 재학하고 있는 요리 전문 교육 기관이다. 미국에는 17개 캠퍼스가 있다. 프랑스 식 요리를 기본으로 하지만 세계 각국 요리는 물론 디저트 까지 모든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LA 인근에는 패사디나와 할리우드에 캠퍼스가 있고 패사디나 캠퍼스에는 2000여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 특히 LA 인근 캠퍼스는 지역적 특성 때문인지 한국 학생들의 비중이 특히 높다. 외국인 중 약 80%는 한국 학생으로 추산된다. 르 코르동 블루는 요령보다 기술을, 기술보다 기예를 가르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따라서 특정 요리에 대한 레서피는 교육하지 않고 어느 재료를 어떻게 요리할 수 있는 지를 가능한한 실전에 가까운 상황 아래서 가르친다. 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 나갔을때 최대한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교육 과정에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식재료가 포함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