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뭔소린지]삶의 현실은 명언 보다 위대하다

프랑스의 시인이었던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 않아 당신은 사는 대로생각하게 된다’는 말을 남긴다. 사람들 심장을 건드리는 문구이기에 이런 제목으로 책도 나오고 적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인용되는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은근 불편하다.

사람들 중 과연 얼마나 자신이 생각하는대로 살 수 있을까? 정작 발레리 본인도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문학작업과는 관계없는 다른 일을 한 처지였으면서.

지적수준이 프랑스 문인들 가운데 최정점에 있다는 자신도 못 푸는 문제를 평범한 우리한테 던져놓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고 있는 나같은 사람은 괜히 발레리가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그런데 이런 오류는 위대하다고 추앙받는 인물들일 수록 쉽게 범한다.

<연애론>으로 유명한 스탕달은 평생동안 여자들에게 차이기만 했다. 그런 명작을 남길 정도면 수시로 여자들 간을 넣다 뺐다 할 수 있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하건만 정작 본인은 들이대는 여자들마다 딱지를 맞았으면서 누굴 가르치려고 하는 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던 칸트도 말은 그렇게 해놓고 본인은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다. 여자 꾄다고 칸트의 이 말을 엄하게 인용했다가는모양 빠질 수 있으니 가려서 써야 한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이루어지지 않는 건 간절하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징그럽다. 위대한 인물들도 어쩌지 못하고 범하는 오류를 우리같은 평범한 인간들이 어쩌라고? 간절함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벌어지는 현실을 나보고 어쩌라고? 지금 하는 일 -그걸 하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행복? 그걸 정의하자면 아주 명료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배불리 먹고 사는 것’, 그게 행복 아닌가?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하자면 처자식 다 나 앉아야 하고, 겨우 끼니라도해결하자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라도 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을 감당하며 사는 것, 그게 현실아닌가? 그래서 엄한 소리 해대는 위대한 인물보다 렌트비 맞춘다고, 애들 학원비 벌겠다고 쪽잠 자가며 운전대 잡는 기사아저씨들이 더 존경스럽고, 목사 사모님 신분에 식당 웨이트리스 일도 마다 않는 억척스런 아줌마들이 더 위대해 보인다.

그들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고, 그런 인생을 산다고 마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또는 간절하지 못해서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주먹이 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해가며 오늘도 하루만큼 늙어가는 내 친구와 이웃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그대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결사적으로 사랑하자, 이가 갈리도록 사랑하자. 발레리 듣고 있나? 그래, 난 살아가는대로 생각해서 인생, 이렇게 삐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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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본다.
















김형준/방송인·닭굽는 마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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