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N 경영임원 교체 심상찮다..바니 리 수석전무 사퇴

BBCN 경영진
지난 4월말 BBCN뱅콥의 케빈 김 회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민수봉 신임행장을 소개하는 자리에 함께한 경영진의 실무임원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 19일 사표가 수리된 보니타 리 수석전무.

미주 최대규모의 한인은행인 BBCN의 실무경영진 교체작업이 심상찮게 이뤄지고 있다.

경영 실무임원 가운데 최고위층인 수석전무가 사표를 제출, 전격적으로 수리됐다. 또 이미 사직서를 냈다는 소문이 파다하던 최고대출책임자(Chief Credit Officer·CCO)는 이사진의 적극적인 설득작업으로 잔류하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말에는 최고예금책임자(Chief Deposit Officer·CDO)가 사실상 자의반 타의반 형식으로 권고사직했다.

BBCN의 지주사인 뱅콥은 이같은 내용의 일환으로 총괄운영담당(Chief Operating Officer)인 보니타(바니) 리 수석전무(Senior Executive Vice President·SEVP)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지난 19일 공시했다. 아울러 보니타 리 수석전무가 맡았던 COO역할은 최고커머셜뱅킹책임자(Chief Commercial Banking Officer·CCBO)인 김규성 수석전무가 겸한다고 알렸다.

지극히 정상적인 내부 인사 발표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목되는 부분이 있다. 당사자가 모두 중앙은행과 통합해 BBCN으로 출범하기 이전 나라은행에 몸 담았던 간부들이다.

사표가 수리돼 8월 2일자로 은행을 떠나게 된 보니타 리 수석전무, 그 자리를 이어받은 김규성 수석전무, 떠나려다 남게 된 마크 리 CCO, 그리고 권고사직된 현명희 CDO 등 4명은 나라은행을 좌지우지하던 핵심간부들이었다.

 
이들은 나라은행 사령탑이었던 앨빈 강 행장을 중심으로 통합 BBCN뱅크가 닻을 올린 2011년 11월 이후 7인 수석부행장(EVP)단의 다수를 이루며 사실상 은행경영의 실무영역에서 헤게모니를 장악했다.

BBCN 이사진의 파워게임에서 중앙은행 출신 이사들이 득세하면서 앨빈 강 행장이 사퇴한 게 지난 1월. 임기를 5개월이나 남기고 사임한 결정적인 이유가 ‘나라-중앙 양대은행 출신 임직원의 화합을 이끌지 못했다’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메시지는 결국 나라은행 출신 임직원의 우월한 세력에 대한 견제로 읽혀졌다.

 
BBCN이사진이 지난 5월 한미및 윌셔은행출신 민수봉행장을 선임한 배경으로 “나라,중앙 어느 쪽 출신배경도 없는 ‘제3자적 입장’에서 통합뱅크의 문화적 화합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데서도 그같은 행간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보니타 리 수석전무는 나라은행 출신 실무임원 4인의 핵심리더로 꼽혀왔다. BBCN 이사진이 리 수석전무의 사직서를 수리하고 공시에 이르기까지 48시간도 안 걸리는 결정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은 현명희 전무의 권고사직과 더불어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이같은 임원교체는 실무간부들의 보고라인에서 최정점에 있는 민수봉 행장의 결단이라기 보다 이사진의 ‘결의’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것은 임기 2년의 민 행장이 앞으로 은행 경영의 중요한 결정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다운 독자적인 방침이나 관점 등 자신의 뜻을 발휘하기보다 이사진이 가리키는 방향대로 이끌려가는 ‘리모콘 행장’이 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최근 며칠 새 일어난 BBCN의 인사가 심상찮은 이유다.
황덕준/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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