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N 인력 이탈…’한 지붕 두 가족’의 한계?

BBCN
윌셔가에 위치한 BBCN뱅크 본사 건물. 최근 BBCN에서 나라출신 직원들이 잇달아 이탈하는 것과 관련해서 한인은행권에서는 여러 의견 및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주한인은행 중 최대규모인 BBCN뱅크에서 잇따라 인력이 이탈하고 있다. BBCN뱅크가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통합한 것이어서 합병 이후 이질적인 조직간의 융합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과 더불어 인수합병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통합뱅크로서 BBCN이 출범한 지 2년이 다 돼가는 데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일부에서는 통합조직에서 직원 간의 융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그동안 한인은행권에서 뿌리내린 이른바 ‘줄대기’의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BBCN뱅크 핵심 간부들의 연쇄적인 조직 이탈의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합병…쉽지 않은 ‘융화’

BBCN에서 서열상 행장 다음이던 바니 리 수석 전무가 경쟁사인 한미은행으로 떠난 뒤 후속적인 인력 이탈은 불 보듯 뻔하게 예상됐다.

 
나라은행 출신 임직원의 수장이던 앨빈 강 행장이 지난 2월 물러났을 때도 직원들의 이탈이 예상됐지만 당시에는 강 행장이 곧바로 다른 은행으로 가지 않아 잠잠해졌다.
 
하지만 바니 리 수석전무는 곧바로 한미은행으로 이직이 결정됐고 이에 따라 ‘나라은행 출신’ 직원들의 이동이 뒤따를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았다. 그만큼 BBCN뱅크 조직 내에서 나라와 중앙 출신 직원들 간의 벽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우려된 바가 바로 기업 문화가 상당히 다른 두 은행이 과연 잘 융합될 수 있을까라는 문제였다. 통합 출범 첫해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큰 무리 없이 두 조직의 화학적 결합이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나라출신’ 앨빈 강 행장이 물러나고 이른바 ‘중립’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중앙은행 출신 이사진이 전폭 지원한 민수봉 행장이 취임했다. 그 영향으로 나라출신 간부들인 현명희 전무와 바니 리 수석전무가 잇따라 물러나면서 동요가 시작됐다.

나라은행 출신 임직원의 정신적 지주였던 박기서 전 이사장이 지난해 별세한 이후 급격하게 이사진의 세력이 중앙은행 출신으로 기운데다 구심점이 돼준 핵심간부들 마저 이동하자 그같은 움직임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일로 보인다.

 
 문제는 BBCN의 인력이탈이 언제,어느 선으로까지 이어질 지이다. 그 후유증을 BBCN이 어떻게 회복해 나갈 지 또한 관건이다.

미완의 구조조정

합병으로 출범한 BBCN 안팎에서는 줄곧 구조조정과 조직 정비라는 과제가 제기됐다. 합병 뒤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거나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 필터링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앨빈 강 행장 시절에는 이러한 구조조정과 조직 정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강 행장의 사임도 그에 따른 문책성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나라은행 출신 경영진이 축을 이루고 있는 동안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는 묻혀 있었지만 새로운 사령탑으로 민수봉 행장이 들어서면서 그 축이 무너졌다.
 
이어서 대대적인 감원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진 가운데 간부급 조직재편과 함께 대대적인 인력 이동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BBCN이사진에서는 통합 이후의 과제였던 구조조정이 절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간부급 인력의 이탈을 내심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수봉 행장조차 ”어차피 손 대야할 인력 조정이 저절로 이뤄지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태연해하고 있다.
 
한인은행권의 한 분석가는 이렇게 말한다.
 
“민수봉 행장을 선택한 BBCN뱅크 이사진, 즉 중앙은행 출신 이사진의 판단이 기막힐 정도로 그 의도,목적과 맞아떨어지고 있다” 라고.
 
나라은행 출신 간부들이 원하지 않던 인물을 행장으로 선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통합의 숙제였던 구조조정을 해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인수합병 회의론

BBCN에서 일어나는 직원 이탈 현상을 지켜보는 한인은행권에서는 인수합병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나라와 중앙의 합병이 2년이 넘게 지난 뒤에서도 어느 은행 출신이냐가 내부적인 조직통합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인수합병이 과연 최선이냐는 관점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인수합병은 반드시 감원이라는 조치가 따라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같은 불안감이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는 사실이 BBCN의 인력이탈을 통해 나타난 셈이다.
 
은행간의 통합이 직원들간의 통합으로 이어지느냐는 문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앞으로도 은행 간 인수합병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로 짚어나갈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BBCN의 경우 두 은행간의 합병이었고, 인수의 경우는 다른 면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인수는 합병과는 달리 인수자와 인수되는 자가 있어 정확히 ‘갑’과 ‘을’로 구분이 되기 때문에 ‘갑’과 ‘을’의 구분이 불분명한 합병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수되는 은행의 직원들은 ‘가시방석’에 앉는 기분일 것이고 이들의 이동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

최근의 인력 이동을 BBCN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한인은행권 전체의 문제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은행권에서 자신의 능력과 실력을 쌓기보다 특정 간부나 고위층의 뒤를 따르는 ’줄 서기’에 신경 쓰는 경향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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