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최다니엘 “인기 시들? 대중에 인스턴트만 줄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최다니엘은 로맨틱한 남자였다. 뿔테 안경에 서글서글한 미소로 여성팬들을 공략했다. 그런 그가 어느새 부턴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모자들’에서는 반전의 키를 쥔 인물로, 드라마 ‘학교 2013’에서는 까칠한 선생님으로 ‘하이킥’ 속 훈남을 벗기 위해 애썼다.

타임스릴러 영화 ‘열한시’에서도 최다니엘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했다. 전체적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사랑하는 여자 영은(김옥빈 분)과 우석(정재영 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할로 극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부드러운 남자’라는 고정관념을 깬 연기 역시 신선하다.

사실 ‘열한시’는 제작과정에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만큼 출연이 꺼려지기도 했을 법 하지만 최다니엘은 기꺼이 작품에 응했다.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영화의 구성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

“지완 역할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죠. ‘열한시’는 제가 했던 작품들 중 조금 특별한 케이스니까요. 저한테 이 영화가 다시 돌아왔을 때는 크랭크인 날짜가 정해진 상태였고요. 솔직히 말해서 김현석 감독님 작품이 아니었다면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봤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에게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치유의 작품이었거든요.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로서 ‘뭔가를 하겠다’는 욕심은 버렸어요. 그저 제가 이 작품에 잘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영화는 서로에 대한 불신과 의심, 갈등과 살인 등 범죄를 한 공간, 즉 연구소 안에서만 담았다. 같은 공간 속에서 어디로도 빠져 나가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스릴감 있게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지완과 우석의 갈등 역시 지속적으로 그려진다.

“연기하면서 답답하긴 했죠. 그렇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갈등의 원인을 파헤치기도 해요. 그렇다고 너무 지완과 우석, 그리고 영은의 삼각관계를 파헤칠 순 없었어요. 긴박한 상황의 영화인데 개연성을 더 다루면 영화가 치정으로 갈 테니까요. 그런 관계들은 얕게 베이스로 깐 뒤 마지막 결과에서 보여질 수 있도록 가닥을 잡은 것 같아요.”

지완과 영은은 7년 차 커플이다. 그렇지만 장르가 장르인만큼 이들의 로맨틱하고 달콤한 모습을 보긴 힘들다. “김옥빈과 달달한 신이 많지 않아 아쉽지 않았냐”는 짖궂은 질문에 최다니엘은 “아쉽긴 했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7년을 사귄 커플인데 이들의 관계를 보여줄 신이 없는 거예요. 지완과 영은이의 관계가 가볍게 그려져서 아쉽기도 하죠. 그런 짙은(?) 신이 있었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긴 해요. 키스신이 나왔냐고 실제로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나왔습니다.(웃음) 키스라고 하기는 뭐하고 거의 뽀뽀에 가깝죠. 하하.”

같은 또래인 최다니엘과 김옥빈은 실제로도 매우 친한 듯 했다. 정재영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영화가 1천100만을 넘으면 두 사람이 사귈 것이라고 짖궂은 흥행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재영 선배가 정말 괜히 우리를 걸고 넘어지셔서 파장이 큰 것 같아요. 그 공약이 일파만파 커져서 ‘정말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하니까요. 그렇지만 공약은 뒤바꿀 수 있는거죠. 하하. 300만 관객 돌파 시 영화 후반에 등장한 가발을 쓰고 인증샷을 찍겠습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최다니엘의 전성기는 ‘시라노: 연애조작단’ 직후였다.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의 한계를 넘어 흥행을 맞았고, 최다니엘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누렸다. 작품이며 CF며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인기가 밀려났다는 거 잘 알죠. 작품을 쉬지 않고 해서 오히려 더 그런 것 같아요. 최근에도 보아와 ‘연애를 기대해’라는 2부작 드라마를 하기도 했고요. ‘학교 2013’ 촬영을 마치고서야 제가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이라는 걸 인지하게 됐어요. 그 순간 좀 더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순히 일차원적인 봉사활동이나 이런 걸 넘어선 거요.”

최다니엘은 누구보다도 좋은 콘텐츠와 문화를 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 그는 “퇴폐문화가 그럴싸하게 포장되고 있는 것 같다. 케이팝, 영화, 음악, 인터넷 문화 등이 타락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점점 사람들이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걸 이용해 돈을 벌고, 또 다른 자극을 찾는 행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이 제일 큰 소비자잖아요. 그런데 이들에게 저라도 좀 좋은 영향을 주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 콘텐츠에 종사한느 사람으로서 말이죠. 단순히 제 배 부르자고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팔아서 대중에게 인스턴트 음식만 줄 수는 없잖아요? 뭔가 다른 방법을 찾던 중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하게 됐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제 생각도 직접 말해줄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는 신선한 방식 인 것 같아요. 배우보다 훨씬 영향이 크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었다. 자신이 어떤 길을 걷고자 하는지 깨달은 지금, 조금은 천천히 목표를 향해 걸을 예정이다. 최고의 전성기까지 올라가본 그이지만, 당시에 대한 그리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달려왔기에 후회는 없다. 상업적인 용도로만 쓰이는 틀에 박힌 문화 활동에서 벗어나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퇴폐적인 문화가 아닌 좋은 사람들이 문화를 만들어 가면 참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은데 말이죠. 그렇게 될 리가 없다는 게 당연한 이치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나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은 적어도 옳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재료에서 좋은 음식이 나오는 것처럼요.”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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