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흉악범도 내 손으로 수갑채우죠”

“강력사건에 몇날며칠 퇴근 못하지만
아이에게 자랑스런 엄마이고 싶어요”

“한 번쯤 꼭 근무하고 싶었죠. 경찰의 꽃이잖아요.”

서울 31개 경찰서 형사과에 근무하는 형사는 수백명에 이르지만, 업무 강도가 높은 탓에 형사과 여(女)형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27일 서울 구로경찰서에서 만난 안유영(33ㆍ여ㆍ사진) 경장 역시 살인ㆍ강도 같은 강력 범죄를 일상으로 다루는 형사과 소속이다.

안 경장은 2004년 순경 공채에 합격해 여경기동대원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서울 가리봉지구대, 여성청소년계 등을 거쳤다.

“오랫동안 내근 부서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수사 업무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마침 기회가 왔고 강력반에 근무하게 됐죠.”


안 경장이 형사과에서 근무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같은 경찰관인 남편조차 처음엔 말렸다고 한다. “아내가 힘든 일을 하는데 좋다고 할 남편은 없잖아요. 형사과에 여자는 별로 없을 테니 잘해도 잘 못해도 힘들 거라고 걱정한 것 같아요.”

형사과 중에서도 처음 배치받은 곳이 조직폭력배 전담부서. 그러나 그는 조직폭력배를 대하는 업무는 두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보다는 수사엔 연습이 없고 바로 실전인데, 초짜인 내가 일을 망치면 어쩌나 늘 걱정이 앞섰죠.”

안 경장에게 ‘여성으로서 강력반 일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은 우문(愚問)이었다. “여성보다 엄마로서 힘든 점이 있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력 사건을 파헤치다 보면 피의자의 행적에 따라 몇날 며칠을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남성 형사에겐 “형님, 형님” 하는 피의자들도 여성 형사는 얕잡아보는 경우도 많다. 지난 9월 안 경장은 경찰서 현관 안내 근무를 서며 한 시민과 상담하고 있었는데 남성 주취자가 비틀거리며 다가와 “먼저 상담해 달라”고 난동을 부렸다.

순서를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남성은 “그럴 거면 ‘무슨 일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써 있는 명패는 왜 갖다 놨느냐”며 안 경장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남성은 모욕죄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 ‘귀하의 사건이 접수됐다’는 문자를 휴대폰으로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고 말했다.

안 경장은 헤럴드경제가 처음 소개한 ‘알경법(알기 쉬운 경범죄처벌법)’ UCC<헤럴드경제 10월 30일자 10면 참조>에서 사회자 역할도 맡고 있다.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범죄를 예방하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 경장의 바람은 자랑스런 엄마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는 나이쯤 되면 ‘경찰 엄마’를 싫어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자주 못 보니까요. 내년에 아이가 5살이 되는데 엄마가 경찰인 걸 자랑스러워 했으면 해요.”

이지웅 기자/plat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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