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굴욕…우크라 · 세르비아 ‘脫러시아’ 러시

EU·CIS, 잇단 경제·군사동맹
맹주 러시아 영향력 갈수록 줄어

‘현대판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를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옛 소련권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유럽연합(EU)과의 협력 강화에 나서면서 동유럽 및 중앙아시아 지역 맹주라는 러시아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EUㆍCIS, 잇단 경제ㆍ군사동맹 추진=EU는 지난 2009년부터 포괄적 경제적 협력을 골자로 하는 ‘동부파트너십’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옛 소련권 국가들을 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이다. 그 결과 지난달 28∼29일(현지시간) CIS 국가인 몰도바와 조지아가 EU와의 협력 협정서에 가조인했다.

또한 러시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세르비아는 이달 중 EU 가입 협상을 시작하는 것 뿐 아니라 서방권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ㆍNATO) 가입도 추진중이다. 지중해 앞마당에 위치한 세르비아가 나토 세력권에 들어가게 되면 러시아의 서진(西進)도 가로막힐 수밖에 없다.

▶‘차르 푸틴’ 시험대,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압박으로 지난달 빌뉴스 정상회의에서 EU와의 FTA 협정 체결에 실패했으나, 국내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협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탈(脫) 러시아’ 저지는 향후 푸틴의 영향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일 AF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최대 35만명의 인파가 몰려 EU 협력 협정 불발에 항의하고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는 지난 2004년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을 탄생시킨 ‘오렌지 혁명’ 이후 최대 규모로 추산된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이날 “EU와의 협정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해 성난 민심 진화에 나섰다.

특히 EU가 우크라이나와 협정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 석방 요구를 철회하고 우크라이나가 요구했던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측의 협력 협정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와 EU는 내년 2∼3월께 정상회의를 열고 협력 문제를 재차 논의할 예정이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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