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시간 分단위까지 쪼개 활용…고객과 저녁식사 하루 세번 하기도

연봉은 높지만 곱지않은 시선도
국감서 은행CEO 실제 연봉 공개 눈길
신한은행장 7억600만원 가장 높아

남의 돈을 만지는 금융회사. 한 은행원은 “돈이 돈같지 않아야 한다. 돈으로 보이는 순간,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엄격한 도덕성을 유지하려면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돼야 한다. 그래서 금융회사의 보수는 후한 편이다.

그렇다면 금융회사의 맏형인 금융지주와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처우는 어떨까.

지금까지 등기임원 전체에게 지급되는 보수총액과 1인당 평균 액수만 공개됐다. 때문에 누가 얼마를 받는지 정확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국정감사 자료와 공시, 최근 금융감독원의 금융회사 성과 보수 체계 점검 결과를 토대로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또 이런 고위 뱅커의 삶은 과연 어떨까. 남의 돈을 끌어와야 하기에, 그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만들어야 하기에 분(分) 단위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분을 쪼갠 그들의 삶=시중 은행의 한 수석부행장은 연초 은행장 등 임직원과 산에 오르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 자신이 지휘하는 본부를 한 바퀴 돌고, 일선 영업점을 방문하고, 연초 계획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면 1분기는 훌쩍 지나간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각종 내부 회의와 외부 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1주일 평균 3회 이른 아침 은행장 주재 임원회의에다 본부에서 주최한 고객 행사, 대국회ㆍ대정부 업무 등. 더 바쁜 은행장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은행권에서 임원(상무 이상)이 되면 기사 딸린 차량 제공은 필수. 분 단위 활동인 탓에 시간이 금이다. 휴일이라고 쉴 수도 없다. 미개척지를 찾아 기존 우량 고객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가정을 뒤로한 채 또다시 방문을 열고 나온다. 그는 “저녁식사를 세 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은행권에서 임원(상무 이상)이 되면 기사 딸린 차량 제공은 필수. 분 단위 활동인 탓에 시간이 금이다. 휴일이라고 쉴 수도 없다. 기존 우량 고객을 한 번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또다시 밖으로 나온다. 사진은 신한은행 로비 모습.
[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향후 받을 성과급까지 포함하면=은행권 임원의 보수는 제조업 종사자보다 높다는 게 일반적이다. 어느 정도 세간에 알려진 은행장의 보수를 살펴보자.

금감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 10개 금융지주사 CEO와 18개 은행 CEO의 연평균 보수는 각각 15억원, 10억원이다. 특히 고액 연봉(총 보수액 10억원 초과)을 받는 시중 은행 계열 6개 금융지주사 21억원, 7개 시중 은행은 18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직 지급되지 않는 성과급을 반영한 것으로 실제 지급된 금액과 다를 수 있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성과 보수는 크게 ‘고정급’과 ‘성과급(단기와 장기)’으로 나뉜다. 고정급은 영업 실적과 무관하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이 지급되며, 기본급과 제(諸)수당(직급ㆍ업무ㆍ활동수당 등)으로 세분된다.

성과급은 1년간 성과를 측정해 임기 내 지급되는 단기 성과급과 재임 기간에 성과를 평가해 퇴임 후 지급하는 장기 성과급으로 이뤄진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경우 고정급과 성과급 비율이 평균 4 대 6 수준으로 성과급이 더 높다.

▶실제 명세서에는=금감원은 개별 은행장의 보수는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18개 은행 CEO의 지난해 실제 연봉(기본급과 당해 연도에 받은 성과급)이 올 국정감사에서 일부 공개됐다.

외국계 은행을 빼면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7억600만원으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퇴임 후 받는 장기 성과급은 감안되지 않았다. 이어 김한 전북은행장 7억300만원, 하춘수 대구은행장 6억8500만원, 이순우 우리은행장 6억7600만원, 윤용로 외환은행장 6억500만원, 김종준 하나은행장 5억2400만원 순이다. 신충식 NH농협은행장은 1억700만원으로 가장 적었다.

KB국민은행의 CEO를 포함한 사내이사의 평균 급여는 6억4100만원이다. CEO 급여가 사내이사 중 최고인 점으로 미뤄 민병덕 당시 은행장 보수는 업계 최고일 것으로 보인다.

▶곱지 않은 시선=금융지주 회장의 보수는 은행장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별로 공개된 적은 없다. 국정감사에서도 추정치만 나왔을 뿐이다.

특히 어윤대(고려대)ㆍ이팔성(서울시)ㆍ라응찬(경북 상주)ㆍ김승유(고려대) 각 금융지주 전직 회장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직ㆍ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던 인물로, 금융의 ‘4대 천황’으로 불려왔다. 최근 금융 당국이 4대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검사에 돌입한 상태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29일부터 제출되는 사업보고서에 보수가 5억원 이상이면 개인별로 기재하도록 했다. 내년이면 금융권 CEO의 보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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