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극 ‘기황후’는 기본적으로 정치극이다. 왕유(주진모 분)와 타환(지창욱 분), 기승냥(하지원 분)은 가공인물이건, 역사적 인물이건 모두 시대가 낳은 정치적 인물이다. 고려왕에서 폐위돼 원나라 궁에 볼모로 와 있는 왕유는 원나라 최고의 실세인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원의 황제지만 연철의 힘에 눌려 권한은 하나도 없는 타환은 아버지 명종이 죽기 전 심경을 남은 혈서를 찾으려 한다. 원에 공녀로 팔려와 궁녀가 된 승냥은 어머니를 죽인 연철의 아들 당기세(김정현 분)에게 복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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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냥을 좋아하는 두 남자의 사랑은 완전히 다른 색깔이다. 지창욱은 하지원이 보고 싶어 자기 앞에 앉혀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랑이다. 세수도 하지원이 시켜줘야 한다. 다른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게 싫다면서 떼를 쓴다. 하지원을 ‘기미상궁’으로 밥상 옆에 세워두고 ‘기미’를 이것저것 많이 해 배불리 먹게 한다. 그리고는 승냥이에게 “왕유와 말을 섞지 말거라. 쳐다봐도 안 되고, 그놈을 보고 웃어도 안 된다. 절대로 그놈 때문에 내 앞에서 울지 말거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축국 시합에서 다친 자신에게는 별 반응이 없던 하지원이, 하지원을 껴안으며 뜨거운 물을 대신 뒤집어쓰다 등을 데인 주진모에게는 눈물이 고이고 난리가 나는 데서 생긴 질투심이었다. 하지만 아이 같은 지창욱의 사랑법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꽤 많다. 어떨 때는 불쌍한 아이 같아 보여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한다. ‘동생’ 지창욱이 ‘누나’ 하지원에게 떼를 쓰는, 티격태격 연상연하 사랑 그림은 현대극을 방불케 한다. 그러다 보니 초반 둘이 함께 있는 분량이 크게 늘어났다.![](http://50.30.40.163/wp-content/uploads/2013/12/20131227000191_0.jpg)
원 최고의 권력자 연철을 흔드는 ‘거사’는 주진모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고 있다. 쥐떼를 풀어 ‘명종 황제의 저주’를 시작시키고, 연철의 책사로 잠입하는 등 권력 판도를 뒤집을 만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주진모는 사극에서 가장 멋있는 캐릭터다. 반면 사랑에서는 딱딱하다. 하지만 승냥을 밀어내기만 하던 왕유가 승냥을 당길 때는 확실하게 당길 줄도 안다.
이 세 명의 인물이 각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사건 전개가 ‘기황후’를 보는 첫 번째 재미다. 하지만 ‘타환-기승냥-왕유’의 삼각사랑도 큰 재미를 주고 있다. 여기에 주진모의 박력 있는 남자다움을 좋아하는 타환의 아내 타나실리(백진희 분)와 기승냥을 마음에 품고 있는 당기세 남매의 짝사랑이 조미료로 더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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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냥을 좋아하는 두 남자의 사랑은 완전히 다른 색깔이다. 지창욱은 하지원이 보고 싶어 자기 앞에 앉혀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랑이다. 세수도 하지원이 시켜줘야 한다. 다른 여자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게 싫다면서 떼를 쓴다. 하지원을 ‘기미상궁’으로 밥상 옆에 세워두고 ‘기미’를 이것저것 많이 해 배불리 먹게 한다. 그리고는 승냥이에게 “왕유와 말을 섞지 말거라. 쳐다봐도 안 되고, 그놈을 보고 웃어도 안 된다. 절대로 그놈 때문에 내 앞에서 울지 말거라”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축국 시합에서 다친 자신에게는 별 반응이 없던 하지원이, 하지원을 껴안으며 뜨거운 물을 대신 뒤집어쓰다 등을 데인 주진모에게는 눈물이 고이고 난리가 나는 데서 생긴 질투심이었다. 하지만 아이 같은 지창욱의 사랑법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꽤 많다. 어떨 때는 불쌍한 아이 같아 보여 모성애를 자극하기도 한다. ‘동생’ 지창욱이 ‘누나’ 하지원에게 떼를 쓰는, 티격태격 연상연하 사랑 그림은 현대극을 방불케 한다. 그러다 보니 초반 둘이 함께 있는 분량이 크게 늘어났다.
반면 주진모의 사랑법은 보고 싶어도 참는 스타일이다. 대의를 위해 소아를 양보하는 사랑이다. 그래서 주진모와 하지원의 로맨스는 애틋함이 강하다. 하지만 초반에는 두 사람 사이의 애틋함이 크게 어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승냥이를 향한 왕유의 마음만은 어떤 남자보다 굳건하다. 주진모는 하지원에게 “나를 따라 고려로 가겠느냐. 힘들 거다. 네가 힘든 건 내가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 한 마디는 모든 여자를 녹일 수 있는 ‘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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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최고의 권력자 연철을 흔드는 ‘거사’는 주진모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오고 있다. 쥐떼를 풀어 ‘명종 황제의 저주’를 시작시키고, 연철의 책사로 잠입하는 등 권력 판도를 뒤집을 만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주진모는 사극에서 가장 멋있는 캐릭터다. 반면 사랑에서는 딱딱하다. 하지만 승냥을 밀어내기만 하던 왕유가 승냥을 당길 때는 확실하게 당길 줄도 안다.
그런데 칭얼대던 지창욱도 각성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인 명종 황제의 유언이 담긴 혈서를 찾아 황제의 권위를 회복하려고 한다. 대승상과 싸우겠다는 것이다. 문맹인 그는 글공부에도 돌입했다. 유약한 황제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이로써 ‘대의적인’ 왕유와 ‘소아적인’ 타환의 구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 간의 삼각사랑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