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신비주의 벗고 과감히 망가져
귀여운 허당끼로 시청자들에 인기 한몸
송지효이어 여성 야외 예능스타 탄생 조짐
버라이어티 예능계에 여성의 입지는 만만치 않다. 실내에서 진행되는 토크 버라이어티는 박미선, 이영자 같은 여자 스타들이 있지만 야외에서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여자 스타는 탄생하기 어렵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남자들의 세계다‘. 무한도전’‘ 1박2‘일‘ 아빠 어디‘가‘ 진짜사나이’ 등 주말 인기 야외 예능도 성인 여자가 없다. 그나마‘ 패밀리가 떴다’의 이효리‘, 런닝맨’의 송지효 정도가 야외에서 살아남은 여자 스타다.
하지만 MBC ‘사남일녀’에서 여자 야외 예능스타가 탄생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하늬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아직 두 번밖에 방송되지 않은 신생 프로그램이라 과장이라 할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이하늬의 발견’이라고는 할 만하다. ‘사남일녀’는 김구라, 김민종, 서장훈, 김재원 등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연예인 ‘사남일녀’가 시골에 사는 ‘가상 부모’를 찾아 일을 도우며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가족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이하늬는 한마디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그 속에는 애교와 붙임성, 야한 농담까지 포함돼 있다. 예능적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요즘은 멋쟁이, 예쁜이 여성이 무조건 망가진다고 뜨는 시대는 아니다. 미스코리아 출신인 이하늬도 신비주의를 버리고 거리낌 없이 망가지는 요소가 있다. 귀여우면서 털털하며 허당끼도 있다. 이런 전략을 콘셉트로 사용하다가는 금세 탄로 난다. 가식적이라는 댓글들이 올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니 무작정 내려놓기만 해서는 안된다.
이하늬는 때로는 과장스러운 면이 있지만 조금도 가식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설정이 없어 자연스럽고 솔직하게 느껴진다. 처음 본 가상 부모에게 살갑게 대하고 애교를 부리는 것까지는 이해해도, 처음 본 엄마가 사우나를 가고싶었다고 하자 목욕탕을 찾아 때를 밀어주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일로 여겨졌다. 여성들은 친구와도 목욕탕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여자 연예인이 일반인과 쉽게 목욕탕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이하늬의 구김살 없는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엄마는 “내 진짜 딸처럼 싹싹하게 잘한다”고 이하늬를 칭찬했다. 두 사람은 사우나를 통해 한결 가까워져 시청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사남일녀’의 강영선 PD도 “이하늬 씨는 실제 성격도 방송처럼 털털하고 구김살이 없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 같다”면서 “카메라가 있건 없건 똑같이 행동한다. 항상 웃고 주변을 잘 배려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완전히 잠자리에 들 때까지 찍는다. 하지만 이하늬는 카메라가 꺼지고 나서도 ‘엄마’와 계속 수다를 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상가족이지만 4박5일간 함께 보내고 헤어질 때는 제법 정이 많이 들어 짠해진다는 것이다.
이하늬는 항상 상대에게 밝고 친밀한 얼굴로 먼저 다가간다. 그래서 출연자와의 관계망이 가장 다양하게 형성된다. 실제로 이하늬처럼 애교 가득한 고명딸이 있다면 그 가정은 찬바람이 불 새가 없을 것이다.
이하늬는 인제읍에 나가 엄마의 화장품을 골라주고는 돈이 없다며 김민종에게 부탁하고, 부엌에 들어가 깔끔한 성격의 서장훈과 티격태격하며 서로 친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 간의 게임 대결에서 꼴찌를 한 이하늬는 벌칙으로 개다리 춤을 추고, 재래식 화장실에 들어가 노래를 하는 벌칙을 수행해 주변 사람들에게 큰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날 재래식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 노상방뇨까지 했던 그녀였다.
낯을 가리지 않는 이하늬의 털털한 모습에 적극적인 성격이 합쳐져 프로그램은 활기가 살아난다. 앞으로 이하늬가 선보일 활약에 큰 기대가 생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