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이 사랑했던 위대한 작가, 고 최인호를 그리는 동생의 ‘사형곡’이 절절하다.
뉴스앵커이자 LA다저스 야구경기 해설자로 미주 한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방송인인 라디오코리아 최영호 부회장. 바로 지난 9월 별세한 고 최인호 작가의 두 살 아래 동생이다.
세상 없는 우애를 나누던 ‘형’이자 국민작가 ‘최인호’를 떠나 보낸 지 4개월. 라디오코리아
에서 만난 최영호 부회장은 “이 먹먹함이 한동안은 사라질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고 최인호 작가는 유독 LA와 인연이 깊었다. 3남3녀의 동기간 중 누이들과 동생인 최영호 부회장이 1970년대 일찌감치 미국이민을 와 있었던 까닭이었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깊고 푸른 밤’(1982.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LA와 데스벨리 여행 중에 구상된 작품이다.
잡지 ‘샘터’에 35년 간이나 연재된 자전적 소설 ‘가족’을 비롯해 고인의 작품 곳곳에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형제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특히 어머니와 같던 큰누이(최명욱씨. 2000년 작고)와 최 부회장을 늘 애뜻해 했었다. LA 한 강연회에서 미국국가를 듣고 고생한 누이와 동생이 떠올라 눈물지었다는 일화도 있다.

최 부회장은 “작가 아니라고 할까, 까칠하고 예민한 구석이 없지 않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도 서로 이해하고 가까웠던 사이였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최 부회장이 기억하는 작가 최인호의 어린시절은 역시나 글을 쓰는 모습이다.
“자고 일어나 문틈으로 보면 형은 늘 글을 쓰고 있었다. 이사할 때마다 형의 습작들이 한 짐이었지만 어머니는 단 하나도 버리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셨다”
형 최인호와 아우 최영호만이 아는 신춘문예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형이 군대를 가면서 공책에 끄적거려 놓은 게 있으니 원고지에 정필하여 신문사에 보내라고 하더라. 몇 편을 정성껏 써서 각 신문사에 보냈다. 그렇게 당선된 것이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견습환자’다. 원고지 첫 장에 식은땀이 날 정도로 정성 들여 한자(漢字)로 ‘견.습.환.자’를 썻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이어령씨가 글씨가 너무 유치해 읽지 않으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형과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늘 함께 했던 가족, 고민을 나누고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던 친구 같은 형이었지만 장례를 치루는 동안 최 부회장은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작가 최인호는 자신이 범접할 수 없었던 ‘거인’이었다는 것을.
“정치, 경제, 문화, 예술계 전체가 애도를 표해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조문객들과 분향을 하며 흐느끼는 독자들을 보며 형님이 얼마나 위대한 작가였는지, 한 시대를 품었던 예술가였는지 알게 됐다. 아 내 형님이 이런 분이었구나. 내가 더 존경해야 했던 분이었구나 회한이 밀려와 많이도 울었다”
최 부회장은 형의 작품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 서고의 벽 하나를 다 차지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 ‘길 없는 길’을 시작으로 이제 형의 책들을 다시 꺼내볼 요량이다. 첫 장에 어김없이 ‘영호에게’로 시작되는 형의 필적도 새삼스레 정겹다.

“스무 살 무렵이었나… 형이 소설책에 쓸 사진을 찍는다고 해 함께 사진관에 갔었다. 형은 쑥스러워 했지만 셔터 소리를 들으며 나는 묘한 감동을 느꼈다. 진심으로 잘 나오길 빌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형님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이 참 좋더라”
무슨 사진이냐 묻자 책상 속을 뒤적이더니 곧 사진을 찾아 와 보여준다.
1973년 출간된 ‘별들의 고향’에 실렸던 사진, 20대의 청년 최인호가 수줍게 웃고 있다.
사진을 바라보는 최 부회장은 한동안 말이 없다.
“십 년 전 큰누나 장례식에서 형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누나를 보낼 수 없다며 울던 나에게 누나를 땅 속에 묻지 말고 가슴에 묻자고 했다. 형을 어떻게 보내냐며 우는 나를 보고 말하는 것 같다. 다시 가슴에 묻으라고…”
하혜연 기자

최영호 부회장은…
1989년 라디오코리아 창립 멤버로 라디오코리아 뉴스진행의 산 역사다.
1992년 4.29폭동 당시 방송국으로 걸려오는 한인들의 전화를 라이브로 전한
매일 24시간 방송은 미국 방송사에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2002년 LA시의회로 부터 4.29폭동 10주년 기념 ‘커뮤니티 공로상’, 4.29폭동 보도공로 ‘컨버시티 상’,
2012년 ‘Heroes of Hope’상 수상했다.
지난 2008년에는 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LA한국인 의식 구조 조사’에서
‘LA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뉴스 앵커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