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선임기자의 대중문화비평> ‘예능 명장 ’ 김영희 PD…중국에서 그는 ‘신’이요 ‘법’이다

외국 콘텐츠 직접 수입 꺼리는 中
나는 가수다·아빠 어디가 포맷 수입

자막부터 연출까지 포맷 자문
김영희 PD 지명도 하늘 찔러

노하우 다 뽑으면 언젠간 ‘팽’
中 정서 아우르는 연구 지속을

MBC 김영희 PD는 요즘 중국에서 ‘신’으로 대접받고 있다. 기자는 ‘나는 가수다’의 중국판인 ‘워셔꺼쇼(我是歌手)’ 시즌2의 녹화장인 후난TV 방송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녹화 중에도 중국 제작진은 일일이 김 PD로부터 연출지도와 자문을 받고 있었다.

중국은 ‘아빠 어디가’ 중국판인 ‘빠빠취날’과 ‘워셔꺼쇼’ 둘 다 큰 인기를 얻는 바람에, 이 둘의 포맷을 수출한 MBC의 김 PD가 ‘신’이자 ‘법’으로 통한다. 김 PD의 말은 곧 규칙이요, 규정이 된다.

‘아빠 어디가’는 연출자인 김유곤 PD가 포맷 자문을 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한창 제작 중인 관계로 중국에 올 수가 없어 김 PD가 이를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김 PD의 지명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는 두 프로그램의 제목을 고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한국 제목을 그대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김 PD는 후난TV의 버라이어티 예능에서는 처음으로 사용한 자막 다는 법에 대해서도 자문을 했다.

김 PD는 ‘빠빠취날’의 출연자인 아빠 5명을 첫 촬영지인 베이징 근교에 모아놓고 일장 연설을 했다. 우리보다 아이들의 나이가 한두 살 더 어려서인지 아이들이 도무지 통제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김 PD는 아빠들에게 “당신들의 아이들은 정말 귀엽고 예쁘다. 하지만 시청자에게 사랑을 듬뿍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교육하는 모습을 좀 더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이 점이 ‘빠빠취날’이 지난해 중국에서 최고의 예능이 된 포인트다.

중국은 산아제한정책으로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라고 불리는 1자녀들이 갈수록 버릇이 없어지면서 사회문제화할 정도다. 그런 아이들이 한국의 ‘아빠어디가’의 윤후나 김민국ㆍ송지아ㆍ성준ㆍ이준수가 1년 후 폭풍성장했듯이,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프로그램에 환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창사의 후난TV방송국의 중국판 ‘나가수’인 ‘워셔꺼쇼’ 출연자 대기실에서 인터뷰하는 MBC 김영희 대PD 겸 특임국장. 비행기로 오가며 연출지도와 자문을 해주는 글로벌 PD인‘ 플라잉 디렉터(Flying Director)’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워셔꺼쇼’도 잊혀져가던 가수의 재발견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현장의 열기는 MBC 드림센터 녹화장에서 이뤄졌던 ‘나는 가수다’ 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모자라지 않았다. 시즌2에도 노래 잘하는 허스키보이스 저우비창과 임신 4개월의 여자 로커 등 스토리가 있는 가수들이 적지 않다. 중국 시청자도 갖가지 사연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가수가 가창력으로 다시 인기를 얻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덕분에 김 PD는 이들에게 자문하랴, 세미나와 콘퍼런스ㆍ강연 다니랴 눈코 뜰 새 없다. 일등석 비행기 좌석과 스위트룸 호텔숙소까지 제공받으며 강연한다. 지난해 9월 베이징TV제작자협회 요청으로 강연한 데 이어 12월에는 광저우 난방TV의 초청을 받아 강의를 했다. 광저우 강연에는 홍콩과 대만의 방송관계자까지 몰렸다.

중국의 대중문화 시장이 크게 부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규제가 없는 건 아니다. 외국의 콘텐츠를 직접 수입하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대장금’처럼 콘텐츠를 그대로 수입하는 건 망설인다는 말이다. 외국의 콘텐츠가 자국 방송의 프라임타임대에 들어오는 걸 환영할 나라는 없다. 그래서 중국도 최근에는 포맷이나, 아이디어 수입이 크게 늘었지만 이마저도 규제가 가해졌다. 광전총국(우리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이 한 방송사당 1년에 포맷을 한 편만 수입하게 하는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한국에서 히트했다고 해서 중국에서 다 잘되는 건 아니다. ‘1박2일’이 한국에서 대히트했지만, 중국에서는 반응이 저조했다. 국토가 좁은 한국과 땅덩어리가 넓은 중국은 ‘1박2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세계의 방송포맷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그 절반 정도를 중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김영희 PD는 보고 있다. 포맷시장이 매력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올해는 김 PD처럼 중국에서 맹활약할 한국 PD가 많을 거라는 희망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대접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자문하고 지도ㆍ감독할 수 있는 노하우를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과거 자동차회사에 다녔던 한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일본 도요타나 혼다에서 온 자문역이 가장 부러웠다고 한다. 별로 일은 하지 않고 한 마디씩 툭 던지곤 하지만 보수는 자신보다 7~8배가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본 자동차회사 직원을 ‘상전’으로 모신 것과, 중국이 우리의 PD에게 한 수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는 것은 똑같은 이유다. 노하우 때문이다. 그것을 다 뽑아먹었다는 판단이 설 때 그들은 한국 PD에게 배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방송 제작물량이 우리보다 더 풍부하다. 반면 디테일은 우리보다 약하다. 우리가 ‘컬처테크놀로지(CT)’를 수출하면서, 중국 대중의 정서까지를 아우르는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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