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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를 다룬 인기만화 ‘대물’에는 지고 지순한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여인 뒤에서 묵묵히 힘이 되어주는 남자, 냉혹한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선거에서 승리하기까지 그는 일등공신이다.
오는 11월 선거에는 한인들에게 잘 알려진 두 명의 여성이 출마한다.
미셸 박 스틸 가주 조세형평국 부위원장과 전 에드로이스 연방하원의원 보좌관 영 김 후보, 이들은 각각 오렌지카운티 제2지구 수퍼바이저와 가주 65지구 하원의원직에 도전한다.
그녀들에게도 지고지순한 남자주인공들이 존재한다. 바로 가장 큰 후원자이며 지지자인 그녀들의 남편들이다.
션 스틸 변호사와 찰스 김 전 한미연합회 회장. 그녀들의 20여년 정치인생에서 없어서는 안될 ‘외조의 제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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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박 스틸 위원의 멘토이자 쉼터, 션 스틸 변호사
캘리포니아 조세형평국 부위원장, 가주 내 한인 최고위 선출직 공직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공화당원, ‘미셸 박 스틸’ 앞에 붙는 수식어다.
스틸 위원의 뒤에는 남편 션 스틸 변호사(전 가주공화당협회 의장)가 있다. 한인언론과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스틸 변호사는 소문대로 유머가 넘치는 인물이었다.
“미셸을 처음 만난 곳? 테니스동호회였는데 한번도 같이 친 적은 없다. 운동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는데 어느날 아주 어려운 경제서적을 읽고 있더라. 예쁜 여자가 똑똑하기까지 하다니!!(웃음)”현모양처가 꿈인 한인 여대생과 새내기 백인 변호사.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은 사랑에 빠졌고 3년 열애 끝에 ‘미스터 앤 미세스 스틸’이 됐다.
스틸 변호사는 고교시절부터 선거캠프에서 활동할 정도로 정치적 성향이 강했다.
가주 공화당협회 의장을 맡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갔고 대부분의 자리에 아내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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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정치인 친구들과 가깝게 되면서 미셸 박 스틸 위원은 자연스럽게 한인사회 정치력에 대한 아쉬움을 갖게 됐다고 한다. 거기에 불을 지핀 것은 4.29 LA폭동이었다.
“어디에도 한인들의 대변자가 없었다. 미셸은 분노했고 자신이 주류 정치인과 한인들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거라고 했다. 그녀의 말은 옳았고 나는 기꺼이 도왔다”
1993년 LA 시장에 출마한 리처든 리오든 선거캠프를 시작으로 LA소방국, LA공항, LA아동복지국 커미셔너 등을 거치며 정치경력을 쌓아오던 미셸 박 스틸 위원은 가주 2006년 조세형평국 위원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된다.
“조세형평국 위원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랐다. 인생이 많이 달라지게 될 거라는 조언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미셸 만큼 열심히 할 사람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아무리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전쟁은 미셸 막 스틸 위원의 몫이었다. 그리고 전쟁터는 생각보다 더 냉혹했다.
“한번은 그녀의 보좌관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셸이 지지요청 미팅을 마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1시간만 그냥 울게 놔두면 다시 씩씩해 질 거라고 했다. 미셸은 한국여자라고!”2006년 미셸 박 스틸은 득표율 60.5%라는 놀라운 결과로 가주 조세형평국 위원에 당선되었고 2010년 재임도 무난히 성공했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는 오는 11월, 그녀는 OC 제2지구 수퍼바이저에 새롭게 도전한다.
“미셸은 한인의 대변자가 되겠다는 소명을 가진 정치인이다. 돈이나 명예 등 개인적인 이득을 바라는 정치인과 소명을 가진 정치인은 다르다. 그리고 지금의 미셸을 만든 것은 바로 한인사회다. 한인사회가 변함없이 지지해 준다면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이번 선거에서 스틸 변호사는 정치적 조언자보다는 다정한 남편 쪽을 택했다. 선거 운동에 지친아내를 위로하고 어떤 말이든 묵묵히 들어주는 역할이다. 시간을 쪼개어 데이트도 즐기며 가능한 여유를 가지려 한다.
바쁜 일정 때문에 지난해에도 둘만의 여행을 포기했었다는 ‘미스터 앤 미세스 스틸’ 오는 6월 예비선거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을 확정 짓고 오붓한 여행을 하자는 부부의 계획이 꼭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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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김 선거캠프의 브레인, 찰스 김 회장
지난해 12월, 영 김 후보는 22년 간 몸담았던 에드로이스 연방 하원의원의 보좌관 직에서 공식은퇴했다. 가주 65지구 하원의원 선거에 올인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새삼 그녀의 정치적 능력이 확인된 자리였다.
이날 에드로이스 의원이 발표한 연방의사록에는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 결의안’과 ‘종군위안부 결의안’(2007년), ‘한미동맹관계 발전 결의안’(2010년) 등에 영 김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지역구에서 자신을 대신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 기록되어 있었다.
흔히들 그녀를 보고 ‘준비된 후보’라고 부른다. 그 준비된 후보를 만든 것이 바로 남편 찰스 김(전한미연합회 회장)이다.
이들은 USC캠퍼스에서 만났다. 당시 까칠한 학생기자로 활동하던 찰스 김씨는 모든 여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이었다고. 영 김 후보가 한미연합회 일을 도우면서 데이트를 시작했고 결혼한 지 25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닭살 부부다.
찰스 김 씨는 1990년 한미연합회(KAC)를 만들어 한인사회 최초로 전국조직 비영리 단체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누구보다 외쳐왔고 이를 위해 부단히 달려왔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일을 놓고 있던 아내에게 에드로이스 보좌관직을 적극 추천한 사람도 바로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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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에 도움을 줄 목적이었다. 아내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특유의 친화력이 있고 무슨말을 하면 집중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당시 1.5세, 2세들의 정계진출을 적극 부르짖고 있었는데 아내는 이에 적합한 인물이었다”2006년 한미연합회 회장직을 내려놓은 뒤 찰스 김씨는 OC지역 한인정치력 신장단체 ‘아이캔’을 만들어 한인후보들을 발굴하고 선거를 돕는 정치 컨설던트로 변신했다. 지금까지 아시안계 정치인 40여명의 선거캠페인을 주도해 성공시켰다.
찰스 김 회장은 정치 컨설던트로서 영 김 후보 진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선 후보도 좋고 타이밍도 좋다. 지역구에서 20년 이상 봐왔던 사람이라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다. 에드로이스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능력은 검증받은 상태다. 게다가 공화당 차원에서도 65지구 현 의원이 히스패닉계의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아시안계 여성인 영 김을 가장 적수로 생각하고 있다”거실을 개조해 선거캠페인 본부로 쓰고 있는 이들은 오는 11월까지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
밖에서는 영 김 후보 진영의 브레인으로, 안에서는 아내 영 김의 든든한 남편으로 바람막이가 되어줄 작정이다. 힘들어 하는 아내를 ‘마님’이라 부르며 웃겨주기도 한다.
인터뷰 사진촬영을 이토록 즐겁게 하는 부부가 있을까. 영 김 후보는 남편의 팔짱을 끼고 ‘웨딩촬영’같다며 즐거워한다. 지켜보는 찰스 김 회장의 미소가 훈훈하다.
하혜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