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입사한 KBS ‘1박2일’ ‘신입PD‘ 유호진 PD가 ‘무한도전‘과 ‘1박2일’을 흥미롭게 비교했다.
두 프로그램이 오랜 기간 방송되면서 서로의 역할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무도’는 배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빨리 가서 달성해야 할 게 있습니다. 길을 터주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그러니 속도가 빨라야 겠죠. 반면 ‘1박2일’은 많은 승객이 타고 있는 큰 배라서 배려해야 할 것도 있고, 안락하게 모시고 가야 하는 게 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호진 PD를 취재하면서 매우 섬세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산 풍도의 야생화를 관찰하기 위해 멤버들이 카메라로 접사하는 예고편을 접하면서 그런 생각은 더 굳어진다.
유호진 PD는 ‘1박2일’이 전성기가 지나 노쇠해져 기대감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맡아 시청자와의 소통을 다시 이뤄냈다. 대중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멤버들이 잘 해준 덕분이기도 하지만, 유호진 PD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심이 바탕이 됐을 것이다. 유 PD는 추락했던 ‘1박2일’을 크게 수술하거나 섣불리 차별화를 택하지 않고 여행이 줄 수 있는 감성과 사람에게 집중했다.
‘서울시간여행편‘에서 웬만해서는 자신의 개인 이야기를 하지 않던 김종민이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고, “오래 옆에 있는 아빠가 되고싶다”는 말을 하자 시청자들도 짠해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종민이 ’1박2일‘에서 이렇게 사적이면서도 진솔한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을까.
서수민 PD도 한 강연에서 ‘1박2일’ 시즌3의 연출자로 유호진 PD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유호진의 인간성을 믿었다”고 말했다.
‘1박2일‘의 방송분량은 100분이 넘는다. 방송분량이 늘어나면 녹화 촬영 일정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1박2일’만은 1박2일동안 취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 늘어진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