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비극 그리는 韓영화, 영웅의 구원담 그리는 美영화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최근 국내 극장가에서는 한국영화와 미국영화가 소재와 정서, 스타일에서 뚜렷한 대조를 보이며 흥행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 영화의 전반적인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은 할리우드의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다 한달째 흥행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어 오는 23일 상영을 시작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는 벌써부터 개봉 예정작 중 가장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맨은 미국 출판만화회사 모태의 영화사 마블의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다.

반면 한국영화 중에서 최근 흥행을 주도하고 호평을 이끌어 낸 작품은 ‘우아한 거짓말’, ‘방황하는 칼날’, ‘한공주’ 등이다. 한결같이 십대 소녀의 죽음과 희생을 이야기 전개의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삼은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을 통해 읽히는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정서와 가치관의 차이는 크게 대조적이다. 최근 국내 극장가를 장악한 미국산 슈퍼히어로 영화는 낙관적이고 활기찬 세계를 보여주는 반면, 한국영화는 비장하고 비극적인 인식을 담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강한 남성 영웅이 인류를 구해내는 이야기를 전하고, 한국영화는 사회의 최약자인 어린 소녀가 ‘남성중심 사회’가 만들어 놓은 폭력에 희생당하는 과정을 그린다.

요컨대, 할리우드 영화는 초인적인 힘을 가진 남성 영웅이 인류를 구원하는 이야기이다. 영웅은 지구의 지도자이며 구원자이고 그를 따르면 정의의 세상이 온다는 낙관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는 미성년자이며 여성인 소녀, 곧 사회의 최약자가 남성적인 폭력으로부터 희생당하는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영화에서는 지도자와 권력자, 체계와 제도는 모두 강자들의 먹잇감 내지는 놀잇감이지 약자의 보호막이 아니다. 결국 버림받은 약자들이 재해와 위기, 범죄로부터 가장 먼저 희생된다는 비극적인 세계인식이 한국영화에는 담긴 것이다. 그래서, 물론, 할리우드영화는 ‘판타지’의 색채가 짙고 한국영화는 ‘사실주의’의 경향이 지배적이라는 점도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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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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