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들에게 좀 창피했다. 미국 생활 20년에 투표를 어디서 하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주위에 투표할 거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뭔 소리냐는 분위기다. 6월 3일 예비 선거가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가뜩이나 투표율이 낮기로 유명한 한인커뮤니티에 세월호 참사로 인한 공분까지 겹쳐 한인들의 눈과 귀가 한국으로만 쏠려있다.
예비선거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 말자. 예비선거이기 때문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이번 선거에는 LA와 OC에서만 4인의 한인 여성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져놓은 상태다. 예비선거 결과에 따라 11월 본선거가 쉬워질 수도, 아예 당선을 확정지을 수도 있다.
각 후보의 선거캠프를 비롯해 시민단체 등 선거를 위해 뛰고 있는 한인들은 답답하기 그지 없다.
“내 아이의 교육환경, 내 세금, 내 건강보험을 결정하는 것은 한국대통령, 한국 국회의원, 서울시장이 아니다. 내가 사는 선거구의 후보들이 누구인지, 한인 후보가 있는지 관심을 가져달라”
●‘여성파워’ 4인의 한인 여성 후보
▶미셸 박 스틸 (현 가주 조세형평국 부위원장):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2지구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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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와 OC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한인후보들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내 한인 최고위 선출직 공직자인 미셸 박 스틸 후보는 한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오렌지카운티 2지구 수퍼바이저에 도전한다. 2지구는 부에나파크와 파운틴밸리의 일부와 사이프리스 라팔마 헌팅턴비치 스탠턴 로스알라미토스 실비치 뉴포트비치 코스타메사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06년 가주 조세형평국 위원에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로 들러선 미셸 박 스틸 후보는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중고등학교를 마치고 명문 일본여자대학에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왔다.
최근 오렌지카운티를 대표하는 언론인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의 공식 지지 선언을 받으며 선거 운동에 탄력을 받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세 명의 후보가 함께 겨루고 있다.
수퍼바이저는 검찰청, 셰리프국, 보건국, 공원국 등 카운티 정부내 모든 기관의 업무를 총괄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는 카운티의 행정 수반같은 자리다. 예비선거에서 과반수 이상의 표를 얻으면 11월 본선거에 갈 필요 없이 당선을 확정짓게 된다.
▶앤 박 (현 LA카운티 검사): LA수피리어 코트(상급법원) ‘오피스82′ 판사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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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수피리어 코트 ‘오피스82′ 판사에 출마한 앤 박 후보. 그녀는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주로 여성과 청소년, 아동과 관련된 사건들을 맡아온 20년 경력의 베테랑 검사다.
복수지역에서 출마 의사를 밝혔던 2명의 상대후보가 모두 다른 선거구를 선택해 단독후보로 사실상 당선이 확정 된 상태다. 따라서 한인사회에는 이번 6월 예비 선거에서 한인 첫 선출직 판사를 탄생시키게 된다.
목회자인 아버지를 따라 17세에 미국으로 이민온 앤 박검사는 UC버클리에서 여성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1994년 LA카운티 검찰청 검사임용에 당당히 합격하며 30대 초반의 한인 여성검사라는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앤 박 검사는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선거에 뛰어든 만큼,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더라도 6월 예비 선거 전까지 유권자 등록 캠페인과 투표 참여 캠페인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헬렌 김 (현 LA카운티 검사): LA수피리어 코트 ‘오피스76′ 판사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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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LA카운티 검사인 헬렌 김 후보는 LA 수피리어 코트 ‘오피스76′에서 출마한다. 김 후보가 과반수 이상을 얻으면 한인사회는 6월 두 명의 여성 판사를 얻게 되는 것이다. 5세 때 미국으로 이민 온 헬렌 김 후보는 1995년부터 LA 카운티 검사로 활동하며 형사사건을 주로 다뤄 왔으며, 한인변호사협회(KABA) 회장을 역임하고 한미연합회 이사로도 활동해 한인사회와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김 후보는 “LA카운티에 한인판사는 5명에 불과하다. 한인판사가 적다는 것은 한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한인의 경제력 못지 않게 정치력을 결집시켜야 할 때”라며 “두 딸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가치 있는 도전임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전했다.
▶영 김 (에드 로이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 전 보좌관) : 주 하원 65지구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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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로이스 연방 하원의원의 아시안 정책 및 커뮤니티 보좌관으로 23년을 일해온 영 김 후보가 출마한 가주 하원 65지구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접전지다.
상대 후보는 샤론 쿼 실바 현역 의원. 출마 후보가 두 명인 관계로 예비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11월 본선거에 나란히 가게 되었지만 6월 3일 두 후보는 한판의 자존심 대결을 펼치게 된다.
라티노계 여성이면서 민주당인 샤론 쿼 실바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이 지역 터줏대감 이었던 크리스 노비 공화당 의원을 물리친 바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표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민주당에게 빼앗긴 가주 65지구를 재탈환할 인물은 영 김 밖에 없다는 것이 공화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보좌관으로서 보여준 그의 능력은 이미 검증되었고 소수계와 여성의 권익을 대표하는 인물이 공화당으로서는 절실하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아시아여성과 라티노여성의 대결구도로 펼쳐질 가주 하원 65지구는 한인 주거지역인 오렌지카운티 풀러튼과 부에나 팍, 라팔마, 사이프레스, 스탠튼, 서부 애나하임 등을 포함한다.
하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