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항공사 저가 항공 도전에 노선 강화 나서

저가 항공사
연이은 국제 노선 취항으로 대형 항공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저가 항공사들. 최근 수년간 점유율아 크게 증가했다.

단거리 혹은 국내노선 중심으로 운항하던 저가항공사들이 장거리 국제노선을 넘보기 시작하면서 각 항공사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특히 한국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해외항공사와의 합작을 통해태평양 횡단 노선을 앞다퉈 강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미국 델타항공과 태평양횡단 노선에 대한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며 아시아나항공은 싱가포르항공과 미국 노선 공동운항을 결정했다.

미국 델타항공은 실제 지난 3일부터 인천~시애틀 노선에 B767기를 투입해 운항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델타항공은 미국 항공사 중 유일하게 한국과 미국 동부(디트로이트)·서부(시애틀) 거점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사가 됐다. 언뜻 보면 국제항공동맹인 스카이팀에 함께 소속돼 있는 대한항공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델타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시애틀에서, 대한항공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연결편이 많아 양사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이다” 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현재 공동 지분 투자를 통해 태평양 횡단 노선에 대한 항공권을 공동 판매하고 이익을 공동 배분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스카이팀과 경쟁하는 항공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에 속한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같은 동맹체 소속인 싱가포르항공과 미국 노선에 대한 공동운항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아시아나항공이 기존에 운항중인 인천~호놀룰루 등 3개 노선에 대해 공동 운항을 실시하게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국적 항공사의 노선 강화가 저가 항공사들의 시장 확대를 의식한 대형 항공사들의 ‘자리 선점’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례로 한국의 제주항공 등 5개 저가 항공사들은 출범 5년만에 일본 중국 대만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그리고 괌 등 9개국 29개 도시에 취항했고 시장점유율 1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저가항공의 국제 노선시대는 2009년 3월 20일 제주항공 취항으로 시작됐다. 제주항공은 당시 인천~오사카 국제선 정기 노선을 처음으로 개설했는데 지금은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그리고 티웨이항공까지 총 5개사가 국제선 영업에 뛰어들었다. 점유율도 2009년 0.5%에서 시작해 2013년에는 9.6%까지 올랐고 올해는 10% 돌파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이들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해외 여행객도 2009년 16만3975명에서 지난해 490만9641명으로 무려 30배나 증가했다. 대형 항공사들이 노선을 세부화하고 운항 횟수를 늘리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동시 취항한 괌 노선은 양 사 점유율이 55%를 기록하며 대형 항공사를 이미 앞질렀다. 만일 제주항공이 오는 10월 1일부터 한국 항공사 중 유일하게 괌과 사이판에 동시 취항하면 저가 항공사의 점유율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괌은 대한항공, 사이판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했지만 양 지역을 모두 운항하는 것은 제주항공이 유일하다.

한편 글로벌 항공사들 역시 중저가 항공사의 도전에 고민이 많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카타르항공 등은 세부에어 산하 세부퍼시픽항공과 필리핀 항공이 페르시안 걸프 지역에 살고 있는 수많은 필리핀 이주자들을 겨냥해 마닐라-두바이 노선을 운항하기 시작한 후 수익이 급감했다. 이에 에미레이트항공은 마닐라에서 약 60마일 떨어진 클라크국제공항으로의 운항을 중단했다. 사우디 저가항공사 플라이나스도 최근 영국, 북아프리카, 아시아 운항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사우디 항공과 아메레이트 항공에게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한편 중저가 항공사의 위협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저가 항공사는 상대적으로 값싼 비행기에 손님을 많이 태우고 화물과 승객을 신속히 내리고 다시 이륙하는 전략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데 국내 운항이 아닌 국제선에서는 이런 방법을 적용하기 힘들다. 또 인건비 또한 문제다. 실제 저가항공사 노르웨이에어셔틀은 해외 계약을 통해 북미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다 조종사 노조와 승무원들이 반발하자 사업계획을 접은 바 있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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