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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수년간 개인사업으로 상당한 자산을 모은 한인 최모씨. 올초 인천 송도 재미동포타운의 매물 여러채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성격상 한국와 미국 양국을 자주 오가야 하고 약7~8년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 노년을 보낼 계획도 세워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에 대한 뇌물 혐의 수사를 진행하면서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처하고시공사 선정이 유력했던 건설사마저 발을 뺀 다는 소문까지 나오자 최 씨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개발만 된다면 투자금 대비 큰 소득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인천시가 프로젝트 자체를 디폴트(채무불이행)할 경우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해지 얼마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4일 재미동포타운사업 전 시행사인 코암인터내셔널 송도 본사 사무실에 대해 인천지검 특수부가 압수수색을 한 뒤 분양계약자 해지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재미동포타운 사업은 인천시 송도동 155 일원 5만3724㎡에 사업비 약 9700억원을 들여 아파트(830가구), 호텔(315실), 오피스텔(1972실), 상업시설 등을 짓는 프로젝트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달 초 1단계착공에 돌입해야 했다. 한때 분양률이 80%를 넘기도 했지만 지금은 계약해지가 이어지는 상황이다.미 현지에서 분양사업을 진행했던 모 업체 관계자는 “계약자들의 해지 문의가 밀려들고 있다”며 “일단 검찰 조사가 끝날때 까지 기다려달라고 고객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계약금이 한국자산신탁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돼 있는 만큼 그간 문제가 됐던 분양 사기와는 다르다고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탈 고객을 막을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 이 프로젝트가 고객의 신뢰만 떨어지게 만들었다.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지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 역시 “분양계약을 체결했던 고객의 절반 가량은 해지 문의를 해왔다. 아미 이 중 다수가 계약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고 알려왔다.
반면 그간 송도재미동포타운 분양을 담당해온 조양래 뉴스타 부동산 에이전트는 “잠시 장애물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 처럼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있는 것은 아니며, 계약 해지 문의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협의가 거의 끝난 상태로 내년 초에는 공사가 시작될 것이다”고 반박했다.
▲현대산업개발 발 뺄 수도?
현재 업계에서는 지난 8월 재미동포타운 조성사업 우선협상 시공사로 선정됐던 현대산업개발이 발을 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산업측은 이번 시공사 선정이 MOU 수준으로 강제성이 있는게아니라며 협의를 하고 있지만 건축재원 및 분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만일 현대산업개발측이 공사에서 발을 뺄 경우 다시 시공사를 선정하는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공사가 장기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디폴트 가능성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디폴트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토지리턴제 계약에 따라 땅값과 금융이자를 모두 인천시가 부담해야 하지만 이를 디폴트할 경우 이것이 인천시에 더욱큰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이 사업을 날릴 경우 더 큰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고 여기서 나아가 시의 신용이 바닥으로 추락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 차원에서 마무리를 하게될 것이다. 단 현재 이 사건이 정치 이슈화가 된 상황이어서 착공이 빠른 시간내에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토지리턴제란 무엇?
토지리턴제는 토지 매입자가 원하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계약금은 원금으로, 중도금에는 이자를 붙여 다시 사준다는 조건이 뭍은 매매 방식이다. 주로 택지미분양이 지속될 경우 매수자의 사업 위험성을 줄여 토지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시나 도 정부가 실시하는 토지담보 대출로 보면 이해가 쉽다. 인천시는 이번 재미동포타운 이전인 지난 2012년 8월에도 송도 6·8공구 일부를 교보증권 컨소시엄에 토지리턴제 방식으로 총 8520억원에 매매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컨소시엄이 토지 리턴을 원할 경우 인천시가 약 8900억원을 반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