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드라마’는 PC나 모바일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10분~15분 분량의 드라마로, 지난 한 해 국내 굴지의 기업(삼성, 교보생명, 동양생명)들이 홍보 목적으로 만들었던 것이 올 한 해 제작편수가 껑충 뛰었다. 대형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웹드라마 시장을 살펴보면 네이버를 기준, 지난해 2월 ‘러브 인 메모리 시즌1’이 첫 선을 보인 이후 올해까지 총 30여편이 방영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존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 점유율이 80%에 달하고 곰TV나 판도라TV가 미미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며 “플랫폼의 이점을 활용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소개하는 전용관을 만들었다. 올 한 해 선보인 웹드라마는 총 17편으로 지난해 대비 1.5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에선 지난해 4월 ‘미생 프리퀄’을 선보인 후 총 7편의 웹드라마를 방영했다.
플랫폼 전환 시대에 등장한 웹드라마의 성장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지는 것은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 보급률의 확대에 있다. 보급률이 60%에 달하며 최대 15분간 끊김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모바일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색다른 콘텐츠를 기획해야 할 필요성”(나병준 판타지오 대표)이 지난해부터 대두됐다. 기업과 기관의 홍보 드라마를 넘어 현재에는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드라마 제작사, 매니지먼트 회사가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이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목적은 각기 다르다. TV드라마의 위기가 불러온 절박함(KBS)이자 방송사의 편성 권력에 기대지 않고도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시장 개척(제작사)의 의도가 자리한다. 매니지먼트 회사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은 웹드라마를 통해 자사 신인배우들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수단“(나병준 대표)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저마다 제작 의도가 다르지만 현재 웹드라마는 신(新) 문화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10분 안에 간편하고 손 쉽게 소비하는 문화적인 현상으로, 웹툰을 잇는 다음 형태의 스낵컬처”로 불리며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콘텐츠’로 떠올랐다.
▶ “웹툰 유저를 잡아라”…웹드라마 시장의 성장=올 해만도 수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왔으나, 현재 웹드라마 중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방영된 ‘미생 프리퀄’을 시작으로 올해 네이버에서 선보인 ‘후유증’, ‘연애세포’, ‘인형의 집’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대가 오며 책으로 보던 만화가 웹툰으로 옮겨가 상당한 숫자의 이용자를 형성했다. 기존 웹툰의 유저들은 찾아보는 콘텐츠에 익숙한 사람들로 원작팬층의 시청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만 해도 웹툰 이용자는 하루 평균 620만명(2014년 6월 기준)으로, 10대부터 3~40대까지 이어지는 젊은 웹툰 이용자가 유입될 경우 웹드라마 시장의 가능성은 또 한 번 열리게 된다. 싸이더스 IHQ 제작의 ‘연애세포’는 장혁 김우빈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 네이버에서 공개한 웹드라마 최초로 500만뷰 돌파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웹드라마는 TV가 아닌 플랫폼에서 시청하는 콘텐츠이기에 기존 드라마 작법과도 다르다. 지상파 최초로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든 KBS는 단막극 ‘간서치열전’을 총 5회 분량으로 공개할 당시 음악, 영상 등 전 과정을 재편집했다. 관계자들은 “10분 내외로 기승전결을 갖출 수 있는 구조”(황의경 KBS CP), “등장인물의 숫자가 많은 것보다는 임팩트 있는 엔딩”(‘연애세포’ 홍보사 더틱톡 권영주 대표), “짧은 호흡으로 집중할 수 있는 스토리”( ‘매콤한 인생’제작 고창인 투엘브그램 대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저비용 고효율’ 상품…웹드라마의 수익구조는=지상파 드라마의 한 회 제작비 수준인 평균 2~3억의 제작비용이 들여 실험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웹드라마는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꽤 매력적인 작업이다. 다만 수익구조가 열려있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웹드라마 시장이 시험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다.
일단 웹드라마의 경우 광고 수익이 나긴 하지만 네이버 등 플랫폼과 제작사가 나눠가지는 형태라 수익 창출엔 어려움이 많다. 방영 중인 ‘인형의 집’이 소셜 펀딩을 통해 시청자 참여를 유도한 점 역시 웹드라마가 수익을 내는 데에 고민이 많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 대안으로 유료결제 서비스와 간접광고, 해외 판권 수출 등이 웹드라마의 수익구조를 넓히는 방안으로 등장한다.
11월 네이버에서 공개된 ‘연애세포’는 유료결제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미리보기’ 형태의 유료 결제로, 네이버 관계자는 “매일 밤 자정 공개했던 ‘연애세포’는 다음 회차가 궁금할 경우 300원을 내고 미리 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며 “시도를 해보는 차원이었는데 회차가 오래 될수록 유료결제 이용자 비율이 늘어나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웹으로 방영되는 모든 영상 콘텐츠에 광고 등 규제가 자리잡히지 않아 제작사들은 간접광고(PPL) 등을 통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애세포’ 관계자는 “웹드라마는 갈수록 예산을 적게 들이며 효과를 크게 하는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가져갈 것”이라며 “작품 안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간접광고도 활용한다면 수익구조는 더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 등 플랫폼에선 지나친 간점광고를 우려해 심의 제재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의 제약을 뛰어넘기에 해외 판권 수출이 용이하다는 점은 웹드라마의 수익을 띄우는 최대 무기가 될 수 있다. 현재 ‘연애세포’와 ‘후유증’은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드라마 피버에 판권이 팔렸고, ‘인형의 집’은 네이버와 드라마 피버, 중국 PPTV에서 동시에 공개했다. 특히 ‘후유증’은 중국 PPTV에 팔려 60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 현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권영주 대표는 “다운로드 시장이 자리잡힌 중국엔 웹드라마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중국 측에서도 웹드라마에 관심이 높아 공동제작과 투자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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