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토·토·가’로 이어진 1990년대 복고열풍……팍팍한 삶이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한다

건축학개론·응사·토토가 열기는
문화 황금기 90년대에 대한 향수
현재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방증

아이엄마 SES 슈·터보 김정남 등
출연진 솔직한 열정도 매력포인트
단순한 추억 넘어 창의성 덧입혀야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반응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터보, 김현정, S.E.S, 소찬휘, 지누션, 엄정화, 조성모, 김건모 등 1990년대 활동한 인기가수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진 ‘토·토·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제작진도 놀라는 눈치다.

90년대 추억여행을 통해 자신의 ‘청춘’을 소환한 30~40대들이 눈물을 흘리며 봤다는 댓글들이 적지 않다. 지금의 세상이 삭막하다고 느껴질수록 그 시절이 더욱더 순수하고 아련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날로그 문화의 경험이 없는 10대들도 ‘토·토·가’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중은 90년대 시간여행을 하면서 엄청난 가창력의 무대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90년대 가수 몇 명을 부른 게 아니라 당시 무대의 재현에 많은 신경을 썼다. 단순한 추억팔이를 넘어 뮤지션 등 90년대 문화에 대한 존경의 애티튜드가 엿보였다. 무엇보다 90년대로 돌아간 관객들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세세한 반응들도 놓치지 않았다.

‘토·토·가’를 통해 부각된 가수가 S.E.S의 슈와 터보의 김정남이라는 사실은 대중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S.E.S는 ‘요정’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다. 이제는 세 아이의 엄마로 변한 슈가 열정적으로 추는 춤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슈가 집에서 퍼포먼스 연습을 하는 자료 영상을 보니, 춤 한번 출 때마다, 아이를 돌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슈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 ‘태티서’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90년대는 문화적으로 풍성한 시기였다. 2010년대 아이돌 음악이 우리를 만족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콘서트 7080’이나 ‘가요무대’는 너무 멀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너무 늦게(심야) 방송된다. 1990~2000년대 세대들이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다.

1990년대는 댄스와 발라드 외에도 록, 포크, R&B, 트로트, 테크노, 운동권 음악까지 음악 장르적으로 가장 다양한 시기였다. 김건모, 신승훈, 룰라, 서태지와 아이들, 솔리드, 김종환, 조성모 등 음반을 100만장 이상 판매한 밀리언셀러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1990년대의 일이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응사’ ‘응칠’에도 이런 문화의 단면이 드러났다. 지금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문화적 향수가 생긴다.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의 반응이 뜨겁다. 터보, 김현정, S.E.S, 소찬휘, 지누션, 엄정화, 조성모, 김건모 등 1990년대 활동한 인기가수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진‘ 토·토·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제작진도 놀라는 눈치다.

1980년대만 해도 암울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담은 6. 29선언으로 권위주의 정권이 약화되고 금지곡들도 대거 해금됐다. 가요 음반에 대한 사전심의제가 완전 철폐된 건 1996년이 되면서다.

그러는 사이 90년대 초반 ‘X세대’ 등 소비세대들이 등장하고 10대들도 문화소비자로 진입하면서 대중음악도 장르가 더욱 다양해졌다. 이미 1992년 랩이 들어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필두로 015B의 하우스 장르를 시도한 ‘아주 오래된 연인들’(1992년)과 일렉트로니카를 사용한 ‘신인류의 사랑’(1993년), 펑크밴드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1996년), R&B를 국내에 도입한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1995년)가 히트했고, 1세대 아이돌 HOT가 1995년 나왔다. S.E.S는 그 정점인 1997년 결성됐다. 사람들은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당시의 문화적 황금기를 느끼고 싶다.

‘토·토·가’를 보면 곧 시작할 MBC ‘나는 가수다-시즌3’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고음 지르기 경쟁이나, 노래에 너무 폼이 들어간 편곡문제들은 극복해야 한다. 의미 없는 순위가리기는 피곤함을 유발할 수 있다.

무한도전 ‘토·토·가’가 90년대 문화의 잔치판을 벌렸다. 하지만 복고상품은 자주 보여주면 금세 싫증을 느낄지도 모른다. 과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는 계속 갈 수 없다. 과거에 머무르는 것은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는 신호, 즉 퇴행 이상이 되기 어렵다. ‘토·토·가’가 90년대 가수와 음악을 즐기고 소비하는 현재의 대중정서에 주목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90년대 음악과 문화가 현 대중의 정서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움이 복고상품의 창의성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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