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은 주말·야외 버라이어티
현재의 위기감을 프로그램으로
연결시키는 자세가 근본 해법
자신의 현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유연성·순발력 필요
1박2일때처럼 자신을 아낌없이 내던져야
강호동의 파워가 예전 같지 않다. KBS ‘우리 동네 예체능’ 하나를 제외하면 강호동이 최근 선보인 프로그램들이 별다른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MBC ‘별바라기’는 폐지됐고, 지난 7일 첫 방송된 KBS의 새로운 예능 프로프로그램 ‘투명인간’에 대한 반응도 별로 좋지 못하다.
강호동은 거의 지상파 주중 예능 프로그램을 공략하고 있다. 지상파 주중 예능은 ‘예능의 신(神)’이 와도 살리기가 힘들 정도로 침체에 빠져있다. 게다가 강호동에게 프로그램을 살릴만큼 주체적이고 역동적인 역할이 주어져있지도 않다.
‘투명인간’은 연예인과 직장인이 대결을 벌여,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직장인을 즐겁게 해주자는 프로그램의 컨셉과 취지는 좋다. 하지만 너무 준비 없이 현장에 들어갔다. 이런 구조에서는 강호동이라고 해서 딱 부러지는 웃음을 주기는 어렵다.
강호동은 해결책을 주중보다는 주말 예능, 실내보다는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찾아야 할 듯하다. 탁 트인 공간에서 자신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주말 버라이어티를 만나는 게 더 낫다. 강호동에게는 시골과 재래시장 등 지역민과 소통하는 데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강호동에게는 SBS ‘맨발의 친구들’이라는 주말 야외 버라이어티의 실패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중보다는 주말 예능을 선택해야할 듯하다.
주말 예능, 야외 버라이어티가 강호동의 솔류션일 수는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그가 현재 처한 상황과 태도가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게 더 급선무다. 강호동의 자세나 태도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강호동의 애티튜드가 프로그램상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강호동은 부진한 상황을 대중에게 알려 프로그램상에서 녹여내며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은 강호동이 출연하는 KBS 새 예능 프로프로그램‘ 투명인간’ |
강호동의 현재 상태는 어떤가. 프로그램상에서 뭔가 확실하게 풀리지 않는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예능속에서 스포츠를 열심히 해야 하는 특수예능이다. 보편적인 예능에서 뭔가를 보여준 지가 꽤 오래됐다.
강호동은 한마디로 위기다. 그런데 프로그램상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절치부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고 ‘우는 소리’를 해 프로그램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라는 말은 아니다. 어렵기도 따지면 회사의 공동대표가 공금을 가지고 달아난 김준호나 아내의 보증으로 큰 빚을 지면서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는 김구라가 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김준호와 김구라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살짝 살짝 보여주면서도 특유의 예능감을 잃지 않고 있다.
강호동도 자신의 현실을 이야기 해야 한다. 강호동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려면 자신의 위기상황을 알려야 한다. “저는 현재 위기입니다”라고 알려서 프로그램을 통해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해서 시청자와 소통을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온다. 개인에게도 오고 조직에게도 위기는 온다. 위기가 안오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가 왔을 때 이를 받아들여 타개할 수 있는 유연성과 순발력이 더 중요하다.
‘무한도전’은 10년간 지속되면서 크고 작은 위기들을 만났다. 정준하의 술집사건 등 멤버가 일으킨 물의부터 프로그램 자체에서 비롯된 논란들도 있었다.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는 만큼 논란들도 사안의 실제 규모 이상으로 커져갔다. 유재석이 멤버를 세워놓고 사과하기 바빴던 때도 있었다.
강호동은 부진한 상황을 대중에게 알려 프로그램상에서 녹여내며 소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은 강호동이 출연하는 KBS 새 예능 프로프로그램‘ 투명인간’ |
하지만 ‘무한도전’은 위기를 극복할 힘이 있었다. 유재석이 ‘사과의 아이콘’ 소리를 들어도 프로그램의 진정성 만큼은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무한도전’은 적어도 위기때는 ‘날로 먹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최근에도 유재석은 게스트 차승원과 함께 극한 알바의 탄광체험을 통해 지하 깊숙히 들어갔다. 겁이 많은 박명수는 아찔한 높이의 63빌딩에서 외벽 유리창 청소에 도전했다.
강호동도 자신을 좀 더 살벌한 곳으로 내몰았으면 한다. 김병만이 보여주는 ‘정글’ 못지 않은 힘든 곳으로 가 땀을 흘리고 개고생을 하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그리고 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 요즘 강호동은 KBS ‘1박2일’을 할때 찬물에 입수하는 모습조차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조금 더 절박감을 느끼는 강호동을 보고싶다.
wp@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