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청자를 쉽게 무장해제 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스키하면서도 담담한 그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기는 감흥은 각별하죠. 이 곡은 tvN 월화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의 OST로 공개된 곡입니다. 과작(寡作)인 장필순의 목소리를 정식 앨범이 아닌 OST를 통해 듣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경험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불렀다면 특별할 것 없었을 노래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목소리입니다. 심지어 평범해보이던 가사까지도 시처럼 들릴 정도니 말입니다.
“너 없는 세상은 많이 낯설고 두렵지만/날 바라보던 너의 모습을 가슴 깊이 새기며 떠나”
▶ 바버렛츠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 지금 대한민국에서 아무런 반주 없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무대를 온전히 채울 수 있는 아티스트가 몇이나 될까요? 걸그룹 바버렛츠는 그런 일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이죠. 50~60년대 스탠더드 팝은 물론 흘러간 옛 노래에 최신 팝을 부르는 모습까지도 어색하지 않은 바버렛츠의 무대는 종종 신기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 곡은 60년대 미국 뉴욕에서 활동했던 여성 3인조 걸그룹 로네츠(The Ronettes)가 발표했던 곡입니다. 바버렛츠는 정식 데뷔 전인 지난해 2월 이 곡의 커버 영상을 공개해 해외 동영상 콘테스트 사이트 ‘뷰브닷컴(vube.com)’에서 조회 수 800만 건을 기록하며 유명세를 탔죠.
이제 이들의 무대는 세계입니다. 바버렛츠는 오는 3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뮤직 페스티벌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2015’에 한국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거든요.
▶ 박하 ‘방정리’= “이제 내 방을 정리해/너로 배인 냄새까지/정신없이 하다 보면/아픈 마음이 좀 나아질까 싶어”
세상에서 가장 흔한 노래 주제 중 하나는 이별 후의 감정이 아닐까요? 가장 흔하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겠죠.
이 곡은 이별 후 밤새 울어 부어 오른 눈을 가라앉히며 연인과 함께 있었던 텅 빈 방을 정리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슬프다고 목 놓아 우는 모습보다 그 슬픔을 참아내려 애를 쓰는 모습이 더욱 슬프지 않던가요? 이 곡의 간소한 편곡과 연주는 가사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극대화 합니다. 별다른 기교 없는 담담한 목소리는 쉽게 청자가 스토리텔링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 임형주 ‘언제나 그 자리에’= “더 힘겨운 날도 그대 있다면/나의 빛으로 있어줘요/언제나 그 자리에”
팝페라테너 임형주의 결이 고운 목소리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뉴에이지 듀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이 만났으니 금상첨화입니다. 이 곡은 시크릿 가든의 결성 2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로 이뤄졌습니다. 이 곡의 원곡은 시크릿 가든의 대표곡 ‘올웨이즈 데어(Always There)’이죠. 한국어 가사는 임형주의 목소리와 원곡 가사의 뜻을 그대로 살려 번안됐습니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북유럽 특유의 서정도 여전하죠. 원곡을 부른 영국의 팝페라테너 러셀 왓슨(Russell Watson)의 깊은 목소리도 일품이지만, 깃털처럼 가볍게 멜로디를 타고 날아가는 임형주의 목소리의 매력도 새롭습니다.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