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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갓 제대한 20대 초반에 강화군 화도에서 수산물과 인연을 맺은 후 많은 생선과 가까이 했지만 필자의 명태에 대한 ‘지독한 사랑’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데 어머님 살아계실 때나 지금이나 친가를 방문하면 변함없이 나오는 메뉴는 배추우거지에 된장풀고 청양고추 듬뿍 넣은 동태찌개를 끓여 낸다. 어머니께서 항상 “우리 둘째는 생일날도 동태찌개만 끓여주면 좋아해” 하셨으니 앞으로도 다른 음식 얻어 먹기는 틀린 듯하다.
요즘 알라스카 생태가 한창이기에 매주 들어올 때마다 하루는 찌개로 하루는 찜으로 매일 밥상에 오르니 우리 둘째 딸이 “오늘도 똑같애”해보지만 1년을 기다려 제철에 먹는 생태맛을 어찌 포기하겠는가. 옛 조상들은 꽃샘추위가 잦은 입춘 절기가 오면 추위를 견디며 돋아난 햇나물을 이용해 전통음식을 챙겨먹는 풍습이 존재했는데 다섯가지의 자극성이 있는 나물인 ‘오산채’와 ‘명태순대’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오산채’는자극성이 강하고 매운맛이 나는 움파,산갓,승검초,미나리싹,무싹 등 다섯가지 채소로 만든 생채 요리와 명태 머리를 자른 후 배를 가르지 않고 아가미쪽으로 창자를 빼낸 명태 뱃속에 명태내장,고기,채소,두부 등을 다져 양념한 소를 채워 넣고 입구를 묶은 후 찜을 하거나 구워먹는다고 했는데 이번주에는 꼭 도전해 볼 생각이다. 흔히 명태를 말할 때 버릴 것 하나도 없는 생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명태야말로 버릴 것이 없다.
어린 새끼는 노가리로 술안주로 먹고 아가미는 아가미젓으로,명태 머리만 가지고 귀세미젓을 만들기도 하지만 황태나 코다리머리를 모았다가육수를 내는데 쓰고, 알탕으로 또는 명란젓으로 명태에서 가장 사랑받는 부위인 알은 비타민 E인 토코페롤이 많아 생식기능의 정상화와 노화를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내장으로 담그는 창란젓에 다량 함유된 칼슘은 골다공증에 큰 도움을 주고 단백질이 매우 풍부하며, 비타민 B12는 악성빈혈에 효능이 좋다.
알과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고니(정소)로 단백질과 인이 풍부하고 담백하며, 고소한 맛이 탕을 끓일 때 빠져서는 안될 명품 영양덩어리다. 옛날에 함경도 사람들은 눈이 침침해지면 명태의 간을 먹거나 명태간의 기름을 짜서 불을 밝히곤 했으며 이처럼 명태에는 눈을 밝게 해주는 효능이 있는데, 이는 간을 해독하는 메티오닌이라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눈은 장기중에서 간과 가장 밀접한 신체부위로 간에 열이 차거나 피로가 쌓이면 눈이 침침하면서 심하면 황달 증상이 난다.
따라서 원인모를 두드러기가 자주 나는 알레르기 체칠에 명태를 많이 먹기를 권하고 있는데, 민간 의학자 인산 김일훈 선생은 연탄가스 중독,독사 독,지네 독,광견 독을 푸는데 마른 명태를 푹 달여 국물을 먹으면 신비로운 효과가 있다고 했고, 마른 명태국은 몸안에 축적된 여러가지 독성을 풀고 소변을 잘 나오도록 해 술독을 푸는데 효과가 큰 식품이다.기관지 천식이 있을 때는 껍질을 벗기고 뼈를 고른 명태 40g,산초나무 열매기름 10g ,비율로 섞어서 단지에 넣고 2~3개월 두었다가 반찬으로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말린 명태는 두드려서 먹어야 더 맛이 있는데 매일 술마시고 들어오는 서방이 미워 다듬이돌 위에 북어를 올려 놓고 실컷 두들겨 패 울화를 풀며 해장국을 끓여 주었다지만 명태는 말리는 과정에서 단백질 함량이 두배로 늘어나 전체 성분 중 56% 나 차지하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며 명태 한마리에 단백질 20g, 칼슘 100mg, 철분 4mg, 인 200mg, 당질0.9mg이 들어 있으며 비타민도 풍부하다. 특히 명태의 간유에는 대구의 3배에 해당하는 눈을 밝게 하는 비타민 A가 있으며 리신이라는 필수 아미노산과 뇌 영양소인 트립토판이 함유돼 있다.
또한 명태에 들어있는 레티놀은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며 주름을 방지하는데 좋은 성분이다. 열이 나는 감기몸살이나 급성질환에 명태국을 먹이면 땀이 나면서 빠른 효과를 보이는데 명태는 성질이 따뜻해 몸이 냉하거나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다.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열량이 낮아 군살이 늘기 쉬운 겨울철 다이어트식품으로도 좋다.
우리가 명절 등 가족이 모이면 빼놓을 수 없는 각종 동태전과 황태구이,황태찜,코다리조림, 젯상에 올리는 북어포, 겨울철 별미인 명태식해,김장철에 신선한 명태살을 넣은 생태김치 등 어떤 생선보다도 다양한 요리로 우리와 가까이 있는 명태야 말로 1등 국민생선이 아닌가 한다. 해마다 이맘 때면 생태식해를 담가 주시던 미쉘 할머니가 지난 겨울에 팔을 다치셔서 올해는 참 아쉽다.미쉘 할머니 다치신 팔 빨리 회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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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한남체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