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두 달째에도 흥행 상위권? ‘국제시장’ 저력 이면엔…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명절 연휴가 되면 극장가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관객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탄탄한 배급망이 받쳐주지 않는 ‘작은 영화’의 경우 명절 특수도 먼 나라 얘기다. 오히려 가족 단위 관객을 노린 대작 배급사의 물량 공세에 평상시보다 더 소외받는 경우가 많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 두 달째를 맞은 ‘국제시장’(감독 윤제균ㆍ)이 설 당일인 19일 박스오피스 3위에 재진입하는 저력을 뽐냈다. ‘국제시장’ 상영횟수(623개 스크린, 1419회 상영)는 ‘이미테이션 게임’(510개 스크린, 1580회 상영)보다 적거나 ‘쎄시봉’(444개 스크린, 1378회 상영)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이 같은 흥행 뒷심은 놀라운 것이었다.

그런데 상영 시간표를 뜯어보면 ‘국제시장’보다 100여 회 가량 많은 ‘이미테이션 게임’의 상영 회차가 허수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일 CGV김포에선 ‘이미테이션 게임’이 6회차, ‘국제시장’이 4회차가 배정돼 있다. 전자의 경우 3개관 6회차 중 조조와 심야가 포함돼 있지만(9:00, 11:20, 15:35, 18:00, 22:00, 24:20), 후자의 경우 2개관 4회차(11:30, 13:30, 16:40, 21:50) 모두 ‘관람 사각지대’는 피해갔다.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방 영화관의 경우, 납득하기 힘든 상영 시간표가 더욱 자주 눈에 띄었다. 20일 부산 CGV아시아드에서 ‘국제시장’은 5회차 상영 중 조조나 심야 시간대는 없었다. 가장 늦은 시간이 22시15분이었다. 경쟁작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9회차 중 3회차가 23시 이후(23:20, 24:50, 25:55)로 배정돼 있었다. 개봉 사흘 째를 맞은 신작 ‘웰컴, 삼바’의 경우는 더했다. 이날 단 2회차 상영이었는데 그 마저 23:55, 26:20로 심야·새벽 시간대에 배정됐다. 부산에선 그나마 아트하우스로 지정된 CGV센텀시티나 CGV서면 등에서 비교적 다양한 작품을 접근성 높은 시간 대에 만날 수 있었다.

같은 날 CGV제주의 상영 시간표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총 6개관 10회차 상영이 잡힌 ‘국제시장’은 가장 이른 시간이 10시10분, 가장 늦은 시간이 22시35분으로 조조나 심야 상영은 없었다. ‘국제시장’과 마찬가지로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쎄시봉’의 경우에도 1개관 4회차 상영에 불과했지만, 10:30, 15:20, 17:45, 20:10 등 소위 ‘꿀’시간대에 포진돼 있었다. 반면 ‘킹스맨’은 3개관 9회차 상영 중 3분의 1인 3회차가 23시 이후였다. ‘모데카이’는 2회차 중 한 회는 25시40분, ‘웰컴, 삼바’는 두 차례 상영 모두 23시5분, 25시25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단 한 차례 상영하는데 그 마저 25시였다. 이 정도면 생색내기로 끼워넣은 수준에 불과했다.

이날 CGV아시아드 만난 20대 연인 관객은 “미리 시간표를 확인 안하고 극장에 들렀는데 낭패봤다”며 “평소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라 신작들을 보고 싶었는데 볼 영화가 없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다 늦은 저녁 시간이나 밤 시간이고, ‘웰컴, 삼바’는 밤 12시, 새벽 2시에 하는데 이건 보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볼멘소리를 전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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