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신연식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26일 개봉한 ‘조류인간’의 개봉 첫날 제가 현장에서 확인한 몇몇 극장에서는 아침 10시와 밤 10시40분대라는 현실적으로 관람이 힘든 시간대에 상영 중이었고, 상업영화 재개봉작인 ‘개훔방’이 좋은 시간대에 편성된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도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제가 쓴 것이기에 당황스러운 기분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저의 개인적인 당혹감을 뒤로 하고 ‘개훔방’의 제작사와 감독,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에 아래와 같은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며 △상업영화 재개봉을 독립영화관에서 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 △‘개훔방’의 김성호 감독은 시나리오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줄 것 등 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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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은 “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의 다양성에 가치에 두고 만든 극장들”이라며 “‘조류인간’과 같은 평범한 독립영화는 아트하우스 체인에서 5개 관을 배정받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상업영화인 ‘개훔방’이 15개 이상의 극장을 배정받는 것은 독립영화계에는 엄청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상업영화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재개봉이 된다면, 이후에도 극장 개봉을 마친 상업영화가 IPTV 매출 증대를 위해서 독립영화관에서 재개봉을 시키는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며 “‘개훔방’은 개봉 이후에 대기업투자배급사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영화계 내부에 만연한 부조리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대기업투자배급사의 부조리만 지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신 감독은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4, 5년 전에 제가 쓴 것이다. 제작사와 이견이 생겨 작품에서 빠진 이후, 김성호 감독이 찾아와 저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고 완성된 작품은 저의 시나리오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다. 이는 김성호 감독이 촬영 직전에 저에게 보낸 메일에 스스로 확인한 사실”이라며 “하지만 감독이 작가로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심지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없던 여러 설정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이야기했다”며 작가 크레딧에서 감독의 이름을 빼줄 것을 김성호 감독에게 요청했다.
이 같은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며 “관행적으로 많은 감독들이 작가의 크레딧권을 뺏어왔고, 심지어 자기가 쓰지도 않은 각본으로 각본상을 받은 경우들도 있었다.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악습이지만 일반 관객 분들은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이번 기회에 짚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이번 공개 요구가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려는 의도로 비춰질 것에 대해 “저는 ‘조류인간’을 포함한 어떠한 독립영화로도 수익을 낼 생각이 없다. 만에 하나 이번 일이 이슈화되어 극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온다면 바로 극장 상영을 중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신연식 감독은 ‘페어러브’, ‘러시안 소설’, ‘배우는 배우다’, ‘조류인간’ 등 다수의 독립영화를 만들어왔으며, 제3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등을 수상한 실력파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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