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이방인’ 김명준 감독 “야구 잘 몰라 망설였지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김명준 감독이 ‘그라운드의 이방인’의 연출 제의를 받고 망설였던 속내를 털어놨다.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그라운드의 이방인’(감독 김명준ㆍ제작·제공·배급 ㈜인디스토리)의 언론 시사회 및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한 김명준 감독은 “8년 만이라고 소개하니 심하게 영화를 오래 안 찍은 것 같다”며 “중간에 많은 일들이 있다 보니 그랬다. 영화감독으로서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머쓱해 했다. 이어 “편집할 때 고민하면서 넣은 장면에 반응이 없으면 부끄럽고 도망가고 싶고, 반응이 있으면 안심하고 그러면서 1시간40분을 보냈다”고 시사회를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김명준 감독은 재일동포 야구선수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이 영화의 연출을 제안받고 처음엔 망설였다고 밝혔다. 야구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야구하는 사람의 세계에 들어간다는 게 무서웠다는 것이다. 또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과 민단(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 교류가 없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민단 쪽 재일동포 야구단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 스틸컷

김 감독의 마음을 돌린 것은 주위 사람들의 채찍질과 격려였다. 그는 “주위에서 ‘그 600명(재일동포 야구선수)이 가만히 두면 프로야구 역사, 한국야구 역사에서 사라질 존재들 아니냐’, ‘누군가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올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 ‘니가 재일동포와 교류하면서 이걸 니가 안하면 누가 하겠냐’는 얘기를 하시는데 묘한 책임감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그라운드의 이방인’을 연출한 의도에 대해 “재외동포들은 이데올로기와 경제성장 등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우리가 돌봐오지 못한 분들이다. 그분들이 70년 넘게 일본 땅에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데, 사람으로서 정상적으로 누려야할 사회적, 심리적인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그 책임이 우리의 무지에서 발생한 것이라 생각한다. 800만이 보는 국민스포츠에도 재일동포의 기여가 있었다는 것을 역사에 남기자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흥행에 대해서는 “제작사 대표님께서 웃으실 수만 있다면 다행”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지식인들 사이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영화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게 답답하다. ‘우리학교’를 지상파 방송에서 틀고 싶어 얘기했더니 50분짜리로 끊어달라 하더라. 영화가 아닌 방송사에서 외주로 만드는 50분짜리 다큐로 생각한 것”이라며 “극영화가 담을 수 없는 감동이 다큐멘터리에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그라운드의 이방인’은 국민 스포츠 프로야구의 화려한 탄생 이전, 잠실야구장을 내달렸던 이름없는 야구소년들을 찾아 나서는 가슴 뭉클한 여정을 담은 영화다. 2007년 조선학교 아이들의 희망 다큐 ‘우리학교’를 통해 공동체 상영 포함 10만 관객의 지지를 얻었던 김명준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배우 권해효가 내레이션에 참여했다. 오는 19일 개봉.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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