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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타운 소매경기의 바로미터인 식당업계의 고객 감소 현상이 심상치 않다.한식바베큐, 일식, 중식 등 외식 분야를 가리지 않고 썰렁한 불황이 3월 내내 이어지고 있다.
목요일인 지난 28일 LA 코리아타운에서 밑반찬 많고 음식 맛 좋기로 소문난 올림픽가의 한식당 A.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낮 12시 30분께인데도 40여명을 수용하는 공간에 고작 10여명의 손님 뿐이다. 점심시간만 되면 기다려야 했던 이곳의 업주 K씨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3월들어 갑자기 손님이 확 줄어버렸다”라며 한숨을 지었다.
점심 저녁 가리지 않고 늘 북적거리던 바베큐 전문 한식당 B. 윌셔 블러바드와 6가길 인근 요지에 자리하고 있어서 늘 예약손님이 꽉 차던 이곳의 업주 L씨도 “3월이 빨리 지나가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3월 한달 여동안의 매상이 작년 월 평균 매상에서 30% 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점심 저녁마다 중국인 일본인 등 타인종 아시아계 고객이 특히 몰리던 일식당 C. 개업 1년이 다 돼가는 이곳의 업주 C씨는 “1주년 프로모션은 고사하고 문을 닫아야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일식집치고는 드물게 번호대기표까지 쥐어주며 손님을 기다리게 했던 곳이었지만 3월들어 갑자기 테이블마다 텅 비어 업주 C씨는 사뭇 패닉(정신적 공황) 상태다.
미국의 소매경기를 비롯, 전체적인 경기지표는 ‘나 홀로 호황’이라는 다른 나라의 시샘을 받을 만큼 좋지만 유독 LA한인사회 소매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7~8년째 거듭되는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식당 등 외식업종의 불경기는 특히 이달들어서 급격히 악화되고 있지만 그 원인을 분석할 만한 데이타도 없고, 전문가도 없어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LA한인타운 식당들이 들어찬 쇼핑몰이나 건물의 임대료가 지나치게 비싼 데서 원인을 찾고 있어 주목된다. 월 매상이 3만~10만달러 사이가 대부분인 LA한인타운 식당들의 렌트비는 스퀘어피트당 평균 3~5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천 스퀘어피트 규모의 식당이라면 월 렌트비가 9천~1만5천달러 가량되는 셈이다. 식당업계에서는 5일동안의 매상이 월 렌트비에 맞먹는 숫자가 되면 그런대로 운영할 만하다는 체험적인 공식이 있다. 일주일이 넘도록 월 렌트비에 미달하는 매상이라면 빨리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따져보면 한인타운 식당의 대부분이 간신히 업주 인건비 정도 버는 수준이라는 현실이 나온다. 비싼 렌트비에 날로 오름세인 고기값 등 식재료 비용을 감안할 때 결국 업주의 선택은 비용절감. 여기서 맨 먼저 손대는 비용이 식재료라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음식 맛과 질의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LA한인타운 식당가에서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는 몇달 전부터 나왔다”라는 한 부동산업자는 “렌트비 부담이 식당 음식의 질을 떨어뜨려 손님의 발길을 멀리하게 했다면 건물주들이 상생의 입장에서 렌트비 인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