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의 生각] 성장하라, 모든 방송이여!

[ 헤럴드 H스포츠=김주현기자 ] 진보한 패션은 박수를 받지만 진부한 패션은 외면을 받는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진보하는 방송만이 살아남는다. 새로운 포맷, 새로운 출연자, 그리고 새로운 연출진이 만들어가는 방송은 진보적이여야만 한다. 이제 수동적인 시청자는 없다.

진보와 성장은 뗄레야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성장 속에서 진보한다. 모든 것이 그렇다. 리모콘을 쥐고 있는 똑똑한 시청자는 이미 방송이 내포하고 있는 모든 의도를 파악할 줄 안다. 그 의도를 들키게 되면 진부해진 방송이 된다. 더 이상 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그러함에 따라 진보하는 방송은 곧 성장하는 방송이 되었다. 방송 포맷이 성장하든 그 안의 출연자가 성장하든 ‘시청자와 함께 커가는 방송’이 대세다. ‘인기 좀 있다’ 하는 방송은 성장하는 중이고, 그래서 진보적이다.

성장 방송엔 ‘육아 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공중파3사가 모두 선보이는 성장 방송의 대표적인 것도 당연히 ‘육아 프로그램’이다. 육아 프로그램 안에는 모든 요소를 넣을 수 있다. 재미와 감동은 기본이고 ‘성장’은 당연하다. 방송 첫 회에 등장한 아이와 지금의 아이는 사뭇 다르다. 귀여운 모습은 여전해도 어느덧 의젓해진 모습에 시청자들은 묘한 기쁨을 느낀다. 함께 성장하는 느낌, 그것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게 포인트다.

`마리텔`은 MBC의 야심작! ⓒMBC

미디어의 진보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바로 그것이다. TV에 인터넷 방송을 결합한 신선하고 창의적인 콘셉트 덕분에 시청률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프리카tv와 같은 1인 방송 프로그램이 날로 인기를 얻어가는 것을 공중파에서 캐치해낸 것이다. 어떤 누구라도 자신만의 콘텐츠로 방송할 수 있는 미디어 진보 시대가 도래하면서 공중파는 위기를 느낄 수도 있었지만,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위기를 제 것으로 만들어 성공한 대표적인 예가 되었다.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준 `레이디액션` ⓒKBS

KBS가 최근 선보인 ‘레이디 액션’ 역시 성장 방송이다. ‘액션=남자배우’라는 구시대적 편견을 몸소 깨부수겠다는 발상이 콘셉트다. 액션을 다루는 프로그램답게 여배우 6명이 한계에 부딪히고 또 그 한계를 어떻게 넘길지 주목한다면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란 배우 김현주의 말처럼, ‘레이디 액션’이 여배우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며 재미와 감동, 신선함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적인 시청률과 호평을 이끌어낸다면 여배우의 또 다른 성장을 볼 수 있을 기회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동상이몽`에서 아쉬웠던 MC 조합 ⓒSBS

SBS의 프로그램에는 유재석과 김구라의 조합으로 화제를 모은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가 있다. 아직 2회를 방영한 게 전부지만, 자녀와 부모가 함께 출연해 다양한 고민들을 풀어보고 일상을 관찰하는 등 ‘일반인 가정의 성장’을 기원한다는 점에 의의를 둘 만하다. 성장 예능이 ‘연예인’에서 ‘일반인’으로 옮겨간 것이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 공중파3사의 대표 성장 예능이 ‘연예인 가족’의 성장에 초점을 두었다면,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국내 최고의 MC가 일반인 가정의 성장을 응원한다는 점이 꽤 흥미롭다.

방송의 성장은 방송사만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방송의 성장은 시청자의 성장도 가져온다. 프로그램 하나가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성장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용기를 얻고 지친 몸을 녹이는 게 시청자의 역할이라면, 방송사는 기꺼이 계속해서 진보하고 성장할 준비를 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성장하는 방송사의 모습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방송사들의 모습이 비슷비슷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진보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장통이 아닐까.

성장통은 크게 만든다. 무엇을? 모두를.

byyym3608@naver.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