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 어디쯤에 서있던 김성규에게 손을 내민 것은 그의 우상이기도 한 넬의 김종완이었다. 전체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더욱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 김종완은 ‘넬’이 존재하는 위치에 걸맞게 김성규의 음악적 퀄리티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빅뱅, 보아 등 음원강자들이 자리하고 있는 음원차트에 상위권으로 진입하며 3년을 기다려준 팬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너여야만 해’로 쇼케이스의 시작을 알린 김성규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노래를 불렀지만 그의 마음가짐이 어떤지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절실하고 애절하고 그리고 완벽하게 한 사람만을 바라는 노랫말은 김성규 보컬 특유의 색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했다. 이미 ‘집착돌’이라고 불릴 정도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탁월하게 표현해내는 김성규의 보컬은 ‘너여야만 해’에서도 여전했다. 좁았던 쇼케이스 장소를 꽉 채워버렸던 그의 노래는 숨소리 하나마저도 의도된 것처럼 보였다.
노래가 끝난 뒤 등장한 MC 윤상과 편안한 대화를 나누며 쇼케이스를 이끌었던 김성규는 앨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발언을 자주 보여주며, 그가 이 앨범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표현했다. 프로듀서 김종완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고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다며, 그의 우상이기도 한 김종완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우상과 함께 하는 작업에 그의 목소리도 표현력도 모두 한층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몇 번이고 재녹음을 하며 완성도를 높였다는 김성규의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박윤하와 함께한 ‘답가’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성과 함께한 첫 듀엣이라는 ‘답가’는 처음이 아닌 것처럼 완벽했다. 부쩍 여성스러워진 박윤하와 의자에 앉아 노랫말을 나누는 그의 모습은 스물 일곱 살의 무르익은 남자로 보였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청량한 목소리의 박윤하 그리고 청량함에 부드러움을 더한 김성규, 그 둘의 보컬이 합쳐지는 부분에선 소름까지 돋을 정도로 완벽한 하모니를 선사했다.
‘답가’가 끝난 뒤 더블 타이틀 곡 ‘Kontrol’에 대해 이야기한 윤상과 김성규는 그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궁금했을 ‘K’에 대해 언급했다. ‘Control’이 아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김성규가 부른 컨트롤이기 때문에 K로 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팬들의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대답이었다. 그러나 팬들이 김성규의 음악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했던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Kontrol’은 더블 타이틀 곡이라는 의미 그 이상의 곡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한 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Daydream’이라고 어렵게 말을 꺼낸 그는 ‘종완이 형(김종완)이 피쳐링에 참여한 곡이기 때문에’라는 말을 덧붙였다. 좋아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제 이름을 건 노래에 등장하는 것은 엄청난 영광일 것이다. 노래를 부를 때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그의 이름 하나로도 기뻐하는 김성규의 모습은 스물 일곱 살임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Borderline으로 뭉친 타블로와 김종완이 함께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끝나고 난 뒤 옷을 갈아입고 등장한 김성규는 기자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첫 번째 앨범이 망했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번 앨범은 어떨 것 같으며 예상하고 있는 성적은 어느 정도이냐’는 질문에, 자신의 앨범이 망했다고 생각한 적은 없고 이번 앨범은 조금 더 성숙해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대답한 그는 실제로 감정이나 표현력 등 모든 면에서 ‘성장’한 노래를 불렀다.
마지막 무대였던 ‘Kontrol’이 그랬다.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뒤 보여준 무대에서 한층 깊어진 목소리로 ‘돌아와줘’를 외치는 김성규의 보컬은 감정과 표현력 면에서 탁월했다. 3년 동안의 공백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이나 하듯 꽉 찬 무대를 선보였던 김성규의 쇼케이스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첫 번째 솔로앨범에선 진행하지 않았던 이번 쇼케이스를 기대하며 손까지 떨었다는 그는 이제 어엿한 아티스트가 되었다. 그의 노래를 기다리고 기억하는 팬들에게 음악으로 보답한 김성규는 인피니트를 넘어선 솔로로서,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본인의 앨범을 듣고 누군가의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찬 포부를 전한 그의 음악이 ’27′을 넘어서 영원하길 바라며 앞으로도 계속될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사진제공 : 울림엔터테인먼트, H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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