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우나리, 사랑의 힘은 참으로 위대하네요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사랑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어떤 것으로도 대체불가함을 안현수-우나리 부부가 잘 보여주었다. 이들이 가꿔가는 진실된 사랑을 보고 눈물이 났다. 안현수의 피나는 노력과 사랑에서 오는 아내의 희생이 기적을 일궈냈다. 안현수의 아내에게는 ‘내조상’을 줘야 할 것 같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는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 선수)의 이야기인 ‘두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 2부를통해 부상과 낯선 환경 등으로 인한 슬럼프를 확실하게 극복하며 재기에 성공한 안현수 선수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안현수가 처음에는 쇼트트랙 수준이 높지 않은 러시아의 첫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하위권이었다. 다시 기량을 되찾기 위해 그는 미친 듯이 훈련에 매달렸지만 무릎 부상으로 인해 몸을 망칠 수도 있었다.

안현수를 지켜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러시아로 날아온 건 우나리였다. 우나리는 1주일간 선수촌밖을 나오지 않았다는 안현수의 외로움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찰나와 같은 일주일을 러시아에서 보내며 안현수와 데이트를 했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 없는 안현수에게 그녀는 구세주였다.

우나리가 안현수의 절박한 청혼을 받아들이면서 안현수의 재기 인생은 새로 시작됐다. 숙소와 빙상장을 오고 가는 단조로운 삶이지만 둘은 항상 함께 했다. 러시아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살아가는 것이 유일하게 허락된 부부였다. 우나리는 남편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해 뒷바라지했다. 안현수의 마음의 병, 외로움이 가시자 그의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장인데다 무릎 수술을 4차례나 할 정도로 심한 부상을 겪었던 안현수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우나리도 동메달만 따도 다행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현수는 꿈같이 재기에 성공했다. 천재성과 성실함, 노력이 즐길 줄 아는 스케이트 생활과 결합해 나온 결과였다. 2014년 소치올림픽 첫 경기인 1500m에서 3위를 한 데 이어 500m와 계주 등 남은 모든 경기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500m 결승에서 가장 늦게 출발해 한명씩 따라잡고 1등으로 골인할때는 링크가 떠나갈듯한 환호가 터져나왔다.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로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최초의 3관왕을 안겼다. 러시아의 국민적 영웅이 탄생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빅토르 안 찬가를 불렀다.

안현수는 인터뷰에서 아내 우나리에 대해 “평생 나의 사람이 생긴 거고, 누가 뭐래도 내 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거니까. 항상 외롭다고 느끼면서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 한 사람의 자리가 저한테 너무 소중하고 컸다”면서 “내가 못하면 이 사람이 욕먹을 수 있으니까 꼭 내가 성적으로 잘 보여주고 이 사람과의 관계를 떳떳하게 밝혀야겠다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현수는 한국의 유니폼을 입고 여기에 섰더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기회를 준 러시아에도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는 그리움을, 자신에 기회를 준 러시아에는 감사함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안현수가 화려하게 재기하며 러시아 쇼트트랙 최고의 영웅으로 떠오르자, 국내 빙상연맹에 대한 성토가 잇따랐다. 안현수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현수는 소치올림픽에서 세온 공으로 러시아에서 집과 차가 생겼다. 아내가 적금도 5개나 들었다. 숨가쁘게 사느라 여행도 처음으로다녀왔다. 알콩달콩 살아나가는 이들의 삶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앞으로도 두 개의 조국을 가슴에 품고 있는 이들 부부가 살아가는 삶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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