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디 신에선 이미 데뷔 당시부터 핫한 스타= 사실 혁오는 ‘무한도전’ 출연 이전부터 이미 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였다. 혁오는 지난해 9월 미니앨범 ‘20’으로 데뷔 후 데뷔 만 1년차도 맞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오는 아이유를 비롯해 장기하, 타블로, 빈지노 등 선배 뮤지션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팬을 자처하는 인증 사진 및 추천 글을 남길 만큼 ‘핫(Hot)’한 존재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 밴드의 리더 오혁이 프라이머리와 함께 작업한 이후, 혁오는 힙스터(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들의 아이콘을 넘어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됐다. 단언컨대 한국에서 데뷔 후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전 방위로 주목을 받은 밴드는 없었다. 혁오는 이 여세를 몰아 올 연말께 ‘23’이란 제목으로 정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며, 오는 24~26일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안산M밸리록페스티벌’에 출연한다.
▶ 멋있는 음악, 즐겁게 오래하고 싶은 청년들= 혁오가 최근 발표한 두 번째 미니앨범 ‘22’도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전작의 음악적 성취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 앨범에는 익숙해지면 떠나가 버리는 사람들과 그 관계들에 대해 노래한 타이틀곡 ‘와리가리’를 비롯해 ‘세틀드 다운(Settled Down)’ ‘큰새’ ‘메르(Mer)’, ‘후카(Hooka)’, ‘공드리’ 등 6곡이 담겨 있다. 혁오의 음악은 장르를 ‘혁오’라고 정의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복잡한 결을 가지고 있다. 그런 혁오의 음악이 수많은 힙스터들을 열광시켰던 이유는 특유의 세련미 때문이었다. 여기에 관능적이면서도 깊은 목소리를 들려주는 오혁의 보컬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오혁은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음악이 무엇인지 정의해 본 일은 없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멋있는 음악을 재미있게 오래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개성적 음악의 자양분, 멤버들의 다양한 배경= 혁오의 개성적인 음악은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의 화학적 결합이 낳은 결과물이다. 혁오의 음악을 든든하게 받치는 리듬을 연주하는 이인우는 재즈를, 임동건은 헤비메탈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왔다. 임현제는 중학교 때부터 퓨전재즈를 연주하며 연주자의 꿈을 키워왔다. 멤버들의 다양한 음악적 배경으로 도출된 아이디어들은 리더 오혁을 중심으로 정리돼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된다.
멤버 임현제는 “합주를 한 번 할 때마다 한 곡이 나올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멤버는 없다”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결코 갈등이 오래 가지 않고, 결과도 좋은 방향으로 도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듣는 음악서 보는 음악으로 발상 전환= 혁오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시각적 요소이다. 마치 현대미술 작품을 방불케 하는 앨범 커버와 감각적인 영상을 자랑하는 뮤직비디오는 혁오의 또다른 상징이다. 이번 앨범에도 전작의 앨범 커버를 작업했던 류경호, 노상호, 김인엽 작가와 뮤직비디오 영상을 담당했던 정진수 촬영감독 등이 참여했다. 또한 전작의 속지에 담긴 그림은 이번 앨범의 속지에 담긴 그림과 이어져 눈길을 끈다. 그림의 한구석에 숨은그림처럼 담겨 있는 프라이머리의 모습도 잔재미를 준다.
오혁은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화한 이상, 음악이란 콘텐츠만큼이나 그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며 “음악과 미술은 따로 떼어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혁오를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소비한다는 생각으로 즐기는 것 같다”고 전한 바 있다.
▶ 인기가 인디신 향한 관심으로 이어질진 미지수= 혁오에 대한 관심은 여러모로 지난 2011년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 참여했던 십센치(10㎝)를 연상케 한다. 십센치는 ‘무한도전’ 출연 이후 인디 신을 넘어 메이저 가요계에서도 주목받는 스타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혁오를 향한 관심이 인디신으로 이어질진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인디 뮤지션은 “십센치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출연 이후 인기를 얻은 것은 십센치이지 인디신이 아니었다”며 “마찬가지로 혁오가 ‘무한도전’에 출연해도 그 관심이 인디신 전체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인디 뮤지션은 “인디 뮤지션의 ‘무한도전’ 출연을 곱게 보지 않는 이들도 많지만 많은 뮤지션들이 내심 ‘무한도전’에서 불러주길 바라고 있다”며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음악 프로그램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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