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막말에 ‘삐’ 소리만 반복하더니 기어이 선(Mnet 쇼미더머니)을 넘었다. 출연자들의 기행은 TV 밖에서도 진행형이다. 방송은 시작도 안 했는데, 출연자들은 공식석상 독설, 이탈, 하차 선언, 하차 번복(KBS2 나를 돌아봐)으로 시청자의 혼을 뺐다. 가족 간의 소통을 앞세운 ‘착한 예능’이라더니 난데없이 조작 의혹(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다.
세 편의 프로그램은 ‘리얼’을 전제로 출발한다. 그러니 기막힐 노릇이다. 형식이 다른 만큼 논란의 지점도 다르다. 하지만 한 주간 안방을 뒤집어놓은 논란의 정체엔 공통된 지적이 나온다. “시청률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제작진의 과도한 의욕이 만들어낸 논란”(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이며, “자극적이고 과장된 설정을 통해 노이즈마케팅을 하려는 제살 깎아먹기”(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라는 점이다.
▶욕하고, 옷 벗고, 성행위 연출…‘쇼미더머니’=문제를 만들고 이를 이슈화하는 데에 ‘쇼미더머니’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힙합 장르의 서바이벌 오디션은 케이블 음악채널 Mnet(엠넷)에서 태어났다.
프로그램은 표면상 참가자들을 통해 논란이 양산된다. 시즌4도 마찬가지였다. 그 논란의 종류라는 것이 일관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없을 만큼 천태만상이다.
아이돌그룹 위너 송민호의 여성혐오 랩가사( “MINO 딸내미 저격 산부인과처럼 다 벌려”), 블랙넛의 바지 내리는 퍼포먼스와 과거 랩가사(강간ㆍ살인 언급, 윤미래 성(性)적 디스), 난장판으로 만든 사이퍼 미션(10분 안에 랩을 못 하면 탈락), 프로듀서 박재범의 ‘악마의 편집’ 불만이 이어졌다. 방송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블랙넛이 프로그램 미션 중 죽부인을 들고 나와 성행위 퍼포먼스를 연출, 녹화가 중단됐다고 알려진 것도 논란이 됐다. 제작진은 물론 “녹화중단 사태는 결코 아니”라고 말했다. 강일권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이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출연자의 특정 퍼포먼스가 공론화되는 것 자체가 노이즈마케팅”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힙합씬의 80%에 달하는 뮤지션이 이름을 알리고, 음원차트에 줄세우기 위한 욕심”으로 출연할 만큼 이 프로그램은 현재 힙합씬을 들었다놨다 하는 힘을 가지게 됐다.
▶방송 시작도 전에 시청자 우롱한 일주일…‘나를 돌아봐’=정작 방송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성질 좀 부린다는 연예인들이 역지사지 정신으로 스스로를 돌아본다는 ‘나를 돌아봐’는 앞서 파일럿 방송 이후 오는 24일로 첫 방송 날짜를 정했다.
지난 13일 제작발표회 이후 이 프로그램은 대단히 긴박한 일주일을 보냈다. 발단은 조영남의 시청률 공약에서 비롯된다. 당시 조영남은 “한 6주 해보고 시청률이 잘 안나오면 자진 하차하겠다”고 말했다. 김수미는 이에 “(파일럿에서) 조영남-이경규 팀이 세 팀 중 가장 시청률 점유율이 떨어졌다”, “자진하차 하기 전에 제작진에서 알아서 자를 것”이라는 등 몇 차례 면박을 줬다. 이후 조영남의 하차 선언, 연락 두절, 제작진의 설득, 하차 번복, 김수미의 하차 선언, 제작진의 설득, 조영남의 손편지와 장미꽃 100송이, 김수미의 재합류로 상황이 정리됐다. 차라리 몰래카메라였으면 싶은, 웃지 못할 촌극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기획단계부터 논란이 될 만한 출연자를 섭외, 대놓고 논란으로 가자는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논란만 증폭, 조작의혹에도 침묵…‘동상이몽’=일반인 가족의 일상을 엿보고 부모, 자식간의 갈등의 이유를 짚어가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호평을 받았던 프로그램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담아낸 관찰카메라를 통해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된 출연자들은 눈물을 흘린다. 같은 자리에 서서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만으로 거리를 좁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논란들이 지난 18일 방송분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프로그램 내용, 출연자 멘트, 조작 논란까지 속수무책으로 쏟아졌다. 스킨십에 대한 의견차를 보이는 가족의 출연에 시청자들은 남의 집 아빠를 상대로 입에 담기 힘든 악성댓글을 달았다.
급기야 출연자의 큰 딸은 “작가가 특정행동을 시켰다”는 요지의 글을 SNS에 올렸다.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아빠와 딸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력이 세심히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 불편하게 전달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조작의혹에 대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사실 ‘동상이몽’은 제작진의 개입 여부는 충분한 프로그램이다. 일반인 가정을 장시간 관찰할 수 없는 여건에서 사연에 맞게 구성하기 위해선 제작진의 의도적인 개입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제작진의 사전 설명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반인 출연자를 주인공으로 할 때 자극적인 스토리로 흐를 여지가 충분히 잠재된 프로그램이었다”며 “착한 소통예능마저도 자극성의 유혹에 이기지 못하고 상업적으로 흘러갔다”고 비판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제작진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드러났다. 이로 인해 빚어진 문제들은 제작진과 프로그램의 명백한 실수”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