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릴러 퀸’ 유선 “형사나 조직보스는 어때요?”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스릴러퀸, 호러퀸 수식어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어떤 배우가 그러더라고요. ‘코미디’ 하면 떠오르는 배우, ‘액션’ 하면 떠오르는 배우로 규정되는 게 위험한 것 같지만, 특정 장르에 내 이름을 떠올린다는 게 어떻게 보면 행복한 거 아니냐고. 저도 몇 작품 했다고 그렇게 불러주시니 감사하죠.”

‘4인용 식탁’, ‘가발’, ‘검은 집’, ‘이끼’ 등…. 배우 유선(39)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공포·스릴러 퀸’ 수식어가 과장은 아니다. 한동안 육아에 매진했던 그녀가 스크린 복귀작으로 택한 ‘퇴마, 무녀굴’(감독 김휘ㆍ제작 ㈜케이프로덕션, ㈜플로우식스, ㈜버티고필름) 역시 스릴러 장르. 물론, 익숙하게 해온 장르물을 복귀작으로 선택하는 것엔 부담감도 있었다. 그럼에도 ‘스릴러퀸’, ‘호러퀸’ 수식어가 누군가에겐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면서 출연을 결심했다. 


유선은 ‘퇴마, 무녀굴’에서 원혼이 빙의돼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금주’ 역을 맡았다. 빙의를 겪는 자신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금주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지키기 위해 퇴마사 ‘진명’(김성균 분)을 찾아간다. 촬영 현장에서 유선은 생소한 소재인 ‘빙의’ 현상을 오롯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연기했고, 자칫 망설여질 수 있는 섬뜩한 분장도 소화해야 했다.

“빙의나 귀신 분장이나 경험해보지 않은 것들이다 보니,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 많이 됐어요. 특히 빙의 같은 경우엔 가이드 삼을 만한 것도 없고, (연기에 있어)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하려고 했죠.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믿어주는, 그런 신뢰가 힘이 되면서 제 자신을 믿고 연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대상을 두고 연기하는 것은, 오랜 경력의 연기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한밤 중에 사라진 딸을 찾아나선 금주가 비상계단에서 혼령들을 목격하는 신은, 유선의 역량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는 장면들 중 하나다. 유선은 꽤 긴 시간, 상황에 따라 다른 수위의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다양한 리액션을 연기한다. 후반 작업에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입혀질 혼령들이 눈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원맨쇼’를 펼치는 것이다. 


“아무래도 CG로 만들어질 공포 대상을 스스로 가늠하고, ‘어느 단계쯤 되겠다’고 계산해서 연기해야 하니까 힘들었죠. 특히 영화 초반에 최면 치료를 하는 장면에서 정말 민망했어요. 스태프들 뿐 아니라 배우들까지 다들 저 하나만 보고 있다보니, 리허설을 하는데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그 순간을 이겨내는 힘은 결국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이번 작품에선 엄마가 된 경험이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었다. 극 중 금주가 딸에게 빙의가 대물림 될 위기에 놓인 장면에선 아무래도 엄마 입장에서 시나리오에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모성애를 표현하는 연기엔 감정 이입이 좀 더 수월하게 이뤄졌다. 한편으론 스릴러 연기를 하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다고. 유선은 평소 일상 생활과 영화 현장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편이지만, 이번엔 그 점을 더욱 각별히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선은 천생 연기자였다. 화면에서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나, 상대적으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그보다는 여전히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이 넘쳤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에선 비중을 떠나 힘 있는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아요. 비밀의 키를 쥐고 있다거나, 반전이 있는 미스터리한 인물이거나…. 아무래도 제 취향 때문에 공포·스릴러 장르를 많이 한 것도 같아요.(웃음) 직업으로 따지자면 형사나 조직 보스같은 역할도 맡고 싶어요. ‘차이나타운’에서 (김)혜수 언니가 같은 여배우로서 너무 멋있게 보이더라고요. 언젠가는 ‘파이란’ 같은 진한 멜로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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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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