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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의 건물주와 세입자들이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LA시의회가 지난 9일 지진 발생 시 붕괴 위험이 있는 취약 건물에 의무적으로 내진 설비를 갖추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LA시의회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내진 보강 공사는 건물 크기별로 최소 6만달러에서 많으면 수백만달러까지 소요된다. LA시의회가 내진 설비 공사 비용을 건물주와 세입자가 공동 부담하도록 결정한 배경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렌트비 추가인상이 예상돼 부담스럽다. 최근 LA 지역은 1베드룸이 월 1500달러, 2베드룸짜리가 2000달러 이상으로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이다. 내진 공사 의무 조례가 통과되면서 월세가 평균적으로 한달 38달러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비싼 월세에 생활비마저 쪼달리는 상황에서 지진 대비 내진 공사비까지 떠안는 것이 억울하다는 세입자가 대부분이다.
지진에 취약한 나무 구조 아파트가 LA 일대에만 5800동 이상으로 추정된다. LA에서 1980년 이전에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 가운데 약 5%인 75개 빌딩은 강진 발생과 동시에 붕괴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주택과 3유닛 이상의 상업용 아파트 대부분이 내진 보강 공사 대상이라는 게 LA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LA 한인타운에서는 윌셔 이벨극장, LA 한국 교육원, 윌튼 플레이스 초등학교와 24개 동의 콘도/아파트 그리고 24개의 오피스 빌딩 등 약 100여동이 지진 보강 공사가 필요한 건물로 분류됐다. 지역 별로는 집코드 90005가 41동으로 가장 많았고, 90020지역 24동, 90010지역 22동 그리고 90006 지역 5동 등으로 LA코리아타운 중심지에만 92개 건물이 해당된다.
LA시는 규모 8.0 정도의 빅 원이 LA 를 강타하면 3천~1만 8천여명 이상의 인명피해와 함께 2500억달러가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내진보강 공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머지 않아 빅 원이 미 서부지역을 강타할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다.
세입자들로서는 가주 의회가 내진 공사를 한 건물주에 세금을 30% 감면해주는 법안을 통과시킨 사실을 지적한다. 건물주는 충분한 혜택을 받는데 세입자는 부담만 늘어났을 뿐이라는 불만이다.
건물주는 그들대로 편치 않다. 세재혜택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공사비를 마련하려면 목돈이 필요한데 내진 설비 공사에 필요한 만큼 현금을 가진 건물주는 사실 많지 않다. 조례가 통과됐다고 대놓고 렌트비를 곧바로 올리면 세입자들의 불만을 고스란히 들어야 한다. 특히 오래된 세입자가 많은 건물과 세입자와 건물주간에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경우 렌트비를 올린다는 말을 꺼내기가 쉬운 게 아니다. 관련 보험료가 오르는 것도 걱정이다. 내진공사 비용은 언제 닥칠 지 모르는 지진에 대비한 것인만큼 비싼 ‘보험료’를 치르게 된 셈이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