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외국계 대형마트 까르푸 노조의 조직과정과 파업현장을 옮긴 이 드라마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 노동업계의 화두를 날카롭게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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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현우는 드라마 속 외국계 마트의 중간관리자 이수인 과장 역을 맡아 마트 노동자들과 노동탄압 현장의 부조리에 맞선다. 하지만 현실에선 쉽지 않다. 모른 척 눈 감거나, 불합리한 근무환경과 부당한 대우에 맞서는 용기를 내는 것은 “먹고 사는 일” 앞에 눈감게 된다.
“월급쟁이가 시키면 해야지 별 수 있나.” (‘송곳’, 정민철 대사)
배우 김희원은 이 드라마에선 혹독한 관리자다. 윗선의 지시대로 부당해고를 전덜하나 그것의 부당함에 대해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 노조원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해까지 일삼는다. 상사의 지시사항을 스무 배쯤 부풀려 이행하고, 성과를 얻기 위해 조직원을 옭아맨다.
정민철 부장은 상사에겐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입안의 혀 같은 존재, 완벽한 사측이다. 이름은 정민철이지만, 마트노동자들은 그를 따부장이라고 부른다.
정민철의 사연은 지난 7. 8회분을 통해 공개됐다. 정민철은 현장 출신에서 관리자가 됐다. 누구보다 회사에 헌신했다. 때론 합리적인 규칙보다 ‘코리안 스타일’이라는 이름 아래의 접대와 비리에 기댈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회사를 향한 충성심 만큼은 맹목적이었다. 근무 도중 다치는 경우가 생겨도 회사를 통해 보상을 받을 생각도 안 했다. 자신의 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나 힘줄이 끊어졌으나, 정민철은 “제가 잘못해서 그런 건데 왜 회사한데…”라며 맹목적인 충성심을 보였다. 정민철은 이 일을 계기로 같은 과장이었던 이수인보다 먼저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일을 계기로 엄지 손가락을 구부릴 수 없게 됐다. 그의 엄지손가락은 항상 ‘따봉’ 동작을 하고 있어, 그 때부터 ‘따부장’이 됐다.
살기 위해 만들어진 비열한 중간 관리자의 삶을 살고 있는 배우 김희원에게도 이 배역은 많은 고민을 안겼다. 앞서 ‘송곳’ 촬영현장에서 만난 김희원은 “연기를 할 때 항상 내가 그 인물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강한 자에겐 한없이 약하지만 약자에겐 포악한 강자가 되는 정민철을 연기하며 그는 “사람들이 많이 욕을 하고 있지만 안을 파고 들면 쉽게 욕을 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했다.
“사람엔 두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희원은 “자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과 가짜로 화를 내거나 반응하는 사람이다. 대부분 후자의 모습으로 살고 있고, 나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민철 역시 후자와 같은 인물이다. 솔직하게 못 사는 사람이다”라며 “끊임없이 자기합리화와 방어를 한다. 살아가는 것을 짜증나고 괴로워한다. 삶은 그렇게 살아가는 것의 반복일 것 같다. 정민철을 보며 우리들이 사는 모습을 목격한다면 그를 욕할 수 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