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로 돌아간 한미 금종국 행장의 ‘상처 뿐인 교훈’

금종국과 노광길
한미은행 금종국 행장(왼쪽)과 노광길 이사장. BBCN을 상대로 윌셔은행과 벌인 통합경쟁에서 밀려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자료사진>

다음 두가지 사례를 먼저 비교해 보자

(제안1) A 은행이 B 은행에게 공식적인 통합 제안서를 건냈다. 기준 종가에 일정한 프리미엄 32%를 더해 주당 7.25달러, 총 2억 1200만달러로 은행을 인수하겠다는 내용과 통합을 위한 세부사항이 공개됐다.

(제안2) 한 은행이 라이벌 은행에게 ’100% 주식교환’을 통한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한달간의 평균 주가에 15.3%의 프리미엄을 얹어주겠다는 내용으로 제안서의 전문(full text)과 통합은행의 효과를 담은 사업계획서까지 공개했다.

사례 1과 2의 차이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유사하지 않은가? 기업간 거래에서 이례적인 일방적인 발표란 점은 물론 공격적인 제안 방식까지 비슷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 두가지 제안의 결과는 어떨까.

제안 1은 일단 은행장을 중심으로 한 이사회의 반발에 막혔지만 결국 3개월 후 이사진이 행장과 반대파를 배제하고 계약을 성사시켰다. 제안가보다 주당 75센트가 높은 주당 8달러에 거래가 마무리됐다. 반면 제안 2는 제안 1과 다르게 결실을 거두는데 실패했다. 인수대상으로 고려했던 은행이 이 제안을 무시하고 또 다른 라이벌 은행과의 합병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제안 1은 지난 2012년 팩 웨스트 은행(A)이 퍼스트 캘리포니아 은행(B)을 상대로 진행한 합병이다.제안 2는 최근 한미 은행이 BBCN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합병제안이다. 제안 1은 성공적으로 끝난 반면 제안 2는 실패로 무산됐다.

흥미로운 점은 제안 1과 2 모두 한인금융권의 현직 행장이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다. 한미은행의 금종국 행장(사진)이다.

한미은행 금종국

제안 1이 진행됐던 지난 2012년 당시 금종국 행장은 인수 대상이었던 퍼스트 캘리포니아 은행의 행장이었다. 제안 2가 진행됐던 최근에는 한미은행의 행장직을 맡고 있다.

제안 1과 2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제안 1에서는 인수 주체였던 팩 웨스트가 인수 대상이었던 퍼스트 캘리포니아 은행 보다 그 규모가 압도적으로 컸다는데 있다. 팩 웨스트는 그 규모와 자금력을 앞세워 끊임없이 퍼스트 캘리포니아의 이사진을 공략했고 결국 목적을 달성했다. 인수 당한 은행의 CEO였던 금행장은 그곳을 떠나 한미로 옮겼다.

제안 2는 인수 주체가 되고자 했던 한미은행이 인수대상으로 거론됐던 BBCN 뱅크 보다 그 규모가 작다보니 힘에 부쳤고 또 타 은행과의 합병이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부랴부랴 제안서를 내다보니 적절하게 대응할 시간도 놓쳐버렸다.

금 행장은 자신이 당했던 팩웨스트의 전술을 고스란히 ‘재활용’하는 참신함을 발휘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실패’하며 쓴잔을 마셨다. 한인은행권 관계자들은 “아프게 배운 교훈을 엉뚱한 데 사용했다”고 수근거린다.

지난 1977년 샌프란시스코의 캘리포니아뱅크에서 기업금융 행원으로 은행계에 입문한 금 행장은 그후 콜로라도 내셔널은행과 전문 금융경영인을 양성하는 스토니에 대학원을 거쳐 지난 1999년 퍼스트캘리포니아뱅크의 행장겸 CEO로 자리잡았다. 취임 당시 퍼스트캘리포니아의 자산은 1억달러 규모로 벤추라카운티내 카마리요시의 커뮤니티 뱅크였다. 하지만 취임 4년만에 자산규모 3억달러를 달성한데 이어 19개 지점을 거느린 자산 20억 달러 규모로 키워냈다.금융위기 상황에서도 파산한 은행 3곳을 인수하는 등 경영능력을 발휘한 점은 돋보였다.

비록 팩 웨스트와의 합병으로 행장직을 잃었지만 그가 보여준 역량은 한미 이사진의 선택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인은행권에 몸 담은 이후 이후 금 행장의 행보는 한인사회의 정서나 컬처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무엇보다 커뮤니티와의 소통에서 미흡하다는 비판이 많다.

BBCN과의 통합 경쟁에서 합병은행의 행장을 꿈꾸며 팩웨스트에 당한 대로 재현했지만 실패하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노광길 이사장과의 밀월 기간이 끝났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올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고 내년초까지 주가 하락이 이어진다며 금 행장의 퇴진도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특히 노광길 이사장도 금 행장과 계속 함께할 경우 자리에 위협을 느낄 수 있어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최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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